벤처기업 울린「公기업 횡포」…한통카드 국산품 외면

  • 입력 1999년 5월 26일 19시 47분


국내 벤처기업이 공중전화카드용 자기테이프를 국산화했는데도 공기업인 한국통신의 자회사(한국통신카드)가 이를 무시하고 더 비싼 값에 특정 업체의 수입품 사용을 고집하고 있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통신카드는 특히 벤처기업이 개발에 성공하자 이례적으로 기존 수입업체에 20개월치 1억2천만장을 한꺼번에 구입키로 계약을 해 특정업체 봐주기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서울대공대 출신 3명의 엔지니어가 세운 벤처기업 송우전자(사장 안재인·安載仁)는 3년동안 20억원을 들여 공중전화용 자기테이프를 국산화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자기테이프는 97년 10월부터 1년간 한국통신카드가 실시한 세차례의 품질인증 시험을 모두 통과했다.

가격도 수입품은 1장당 1백50원인데 비해 이 회사가 개발한 제품은 1백10원 수준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통신카드측은 올해 초부터 여러가지 이유를 들면서 송우전자의 구매요청을 거절해 왔다. 처음에는 외국회사가 갖고 있는 특허권에 저촉된다는 이유를 내세웠으나 특허권 기간이 종료된 것으로 확인되자 이번에는 외국업체들이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권 소송을 낼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우전자측은 자체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일본의 예를 들면서 문제발생시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한국통신카드측은 차일피일 구매를 피하고 있다.

한국통신 본사도 3월 한국통신카드에 공문을 보내 “외국산에 비해 단가가 저렴한 국산 자기테이프를 구매하라”고 종용했지만 한국통신카드측은 이를 무시했다.이같은 문제가 본사취재로 드러나자 김진수(金鎭守)한국통신카드 사장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송우전자에 1천5백만장(연간물량의 20%)을 발주하겠다”고 말했으나 26일 계약차 방문한 송우전자 간부에게 담보물제시와 문제발생시 피해보상을 할 수 있는 연대보증인을 세우라는 등 받아들이기 힘든 까다로운 조건들을 제시해 납품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송우전자의 안사장은 “공기업이 중소벤처 기업의 국산개발의 결과를 무시하면 이 나라에 어떤 벤처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