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화물기사고]이륙직후 「이상」발견

  • 입력 1999년 5월 10일 06시 45분


지난달 15일 중국 상하이에서 이륙직후 추락한 대한항공 6316화물기 조종실 음성녹음기록(CVR)의 주요내용 전문이 9일 처음 공개됐다.

음성녹음기록 내용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종합해보면 조종사들은 이륙직후 기체의 이상을 발견하고 고도와 항로를 정상으로 회복키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조종이 뜻대로 되지 않아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종사들은 이륙직전부터 관제탑과의 교신과정에서 고도와 방향을 놓고 혼선을 빚었다.

이륙직전 기장과 부기장은 “9백m냐”“1천피트냐”“탱고텐이 뭐야”“탱고제로다”는 등 혼선을 거듭했다.

또 이륙직후에 ‘삐’하는 고도경고음이 울리자 부기장이 “고도가 얼마인지 다시 말해달라. 왜 안먹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장은 비행기가 정상으로 작동되지 않자 “야 이거 엎어지겠다. 비행기 왜 이러냐 이거?”라며 당황했고 부기장은 “슬랫(양력장치)이요, 어 이게 안먹죠?”라고 답하는 등 비행기에 이상이 있었음을 의미하는 대화가 여러차례 기록돼 있다.

추락직전엔 ‘삐!’ ‘앨티튜드!’ 등 비행기 고도가 잘못됐음을 경고하는 소리가 계속 났으며 조종사들은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듯 “1천5백피트”를 되풀이했다.

마지막으로 비행기가 지상 2백∼6백피트에 접근했을 때 나는 경고음인 ‘트레인! 트레인!’ 소리가 나고 ‘웁 웁 풀업’이란 경고음이 계속되자 조종사들은 “언유주얼(비정상)” “언에이블 컨트롤(통제불능)” 등을 다급하게 외쳤다. 그리고 곧 추락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 요약.

△관제탑〓이륙하면 곧바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노벰버호텔 위스키(NHW·누하우·항로상의 특정기점) 지점으로 가라. 최초 이륙하면서 9백m를 유지하라.

△부기장〓출발탑 주파수는 119.75. 이륙 뒤 왼쪽으로 틀어 9백m까지 올리면서 노벰버호텔 위스키로.

△기장〓아니 9백m야? 1천피트 아니고?

△관제탑〓리드백 커렉트.(관제탑의 지시를 잘 따랐다는 응답)

△부기장〓처음 9백m로 올리고 이륙뒤 곧바로 노벰버호텔 위스키로 가려 한다. 맞는가?

△관제탑〓맞다.

△기장〓아니, 9백m 아니고?

△부기장〓예, 9백피트요.

△관제탑〓이륙 준비 됐는지 확인 바람.

△부기장〓이륙 준비 완료.

△관제탑〓이륙을 허가한다.

△부기장〓이륙 허가.

△관제탑〓상하이 디파처(이륙 후의 교신상대)와 119.75로 연결하라. 굿데이.

△기장〓레프트턴 다이렉트 어디야?

△부기장〓109.30, 아,119.05.

△기장〓왜 이게 안돌아가나. 아 이거. (관제탑에선 ‘이륙하자마자 왼쪽으로 돌라’고 했는데 비행기가 정상으로 돌지않고 있음. 공항 레이더 확인 결과 비행기는 원래 예정항로에서 1.5㎞ 오른쪽으로 빗나갔음)

△관제탑〓틀렸다. 119.75다.

※자동항법장치가 풀리는 소리(기장이 자동장치를 풀고 수동으로 전환)

△기장〓다이렉트 켰어?

△부기장〓예.

△디파처〓지금 곧바로 왼쪽으로 돌아 노벰버호텔 위스키로 향하고 1천5백m 고도를 유지하라.

※삐!(고도경고음)

△기장〓야 이거 헤딩(방향계), 아이.

△부기장〓오케이, 곧바로 노벰버 호텔위스키로 간다. 고도가 얼마인지 다시 말해달라. 왜 안먹죠?

△디파처〓지금 왼쪽으로 돌아 노벰버호텔 위스키로 가고, 고도는 1천5백m를 유지한다.

△기장〓빨리 돌려봐 이거, 안돌아, 비행기가 이상해.

△부기장〓오케이, 돌죠.

△기장〓안보이는데 어디야?

△부기장〓예, 여기요, 돌아요, 레프트 턴.(부기장 레이더 화면에는 노벰버호텔 지점이 나타났음)

△기장〓계속 돌아?

△부기장〓예, 더 도세요.

△기장〓3천피트 홀드.

△부기장〓예, 계속 도세요.

△기장〓더 돌아?

△부기장〓예, 더 도세요.

△기장〓아 씨….

△부기장〓더 도세요, 도세요, 계속 도세요.

△기장〓플랩스 업!(플랩은 날개 뒤쪽에 달려 있는 부양장치임)

△부기장〓예스.

△디파처〓1천5백m고도 유지하라.

△부기장〓1천5백m.(1천5백m로 맞춘다는 복창)

△기장〓야, 이거 엎어지겠다. 비행기 왜 이러냐 이거?

△디파처〓곧바로 노벰버호텔 위스키로 좌회전하라.

△부기장〓뱅크!(항공기를 회전시키기 위해 비스듬하게 방향을 트는 것)

△기장〓올라가라 그랬어?

△부기장〓예, 올라가랍니다.

△부기장〓슬랫(양력장치)이요, 어 이게 안먹죠? 슬랫이요, 슬랫업!

※부기장이 뒤늦게 플랩 작동시키는 소리.

△기장〓참 이제 맞았다, 아이.

△부기장〓이제 먹네요, 아유.

△기장〓나 오늘, 왜 이러냐, 이 비행기?

※삐!(고도경고음)

※앨티튜드!(고도경고음에 이은 자동경고음)

△기장〓어 이거봐, 이거!

△부기장〓어!

※삐!(고도경고음)

※앨티튜드!(자동경고음)

△부기장〓피치!(비행기 기수를 올리라는 뜻)

△기장〓얼마까지 올라가라 그랬어?

△부기장〓1천5백피트요.(미터와 피트 헷갈림)

△기장〓야야야야 어?

△부기장〓1천5백피트!

△기장〓야 이거, 스로틀 스로틀.(스로틀은 엔진출력을 높이라는 뜻)

(중략)

△부기장〓이게 왜 안먹죠? 잠깐만요, 잠깐만요.

△기장〓야야.

※트림 움직이는 소리(트림은 조종간을 잠시 고정시키는 장치)

△기장〓야야야야, 언유주얼.(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비정상임을 뜻함)

※삐!(고도경고음)

※앨티튜드!(자동경고음)

△부기장〓(기수를)들어요, 들어요.

△기장〓뭐?

※트레인! 트레인!(착륙장치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비행기가 지상 2백∼6백피트 근접했을 때 나는 경고음)

△부기장〓들어요, 들어요, 들어요.

※웁! 웁! 풀 업!(트레인 신호뒤에도 계속 지상에 근접할 때 울리는 경고음)

△부기장〓언에이블 컨트롤, 들어요.

※웁! 웁! 풀 업!(지상접근경고음)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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