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느림보 지하철」 퇴근길 시민 분노 폭발

  • 입력 1999년 4월 17일 08시 44분


서울지하철 청량리역 종각역 종로3가역 대방역 등 서울시내 지하철역 곳곳에서 16일 밤 10시경부터 17일 오전 1시경까지 승객들이 지하철 지연운행에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대방역에서는 승객들이 신문지 등에 불을 붙여 정차한 전동차에 던지고 역무실의 컴퓨터와 전화기 등 집기를 모두 부수는 등 격렬한 소요사태가 벌어졌다.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는 이날 10시반경 기관사들이 운행중인 전동차를 터널 안에 세워둔 채 자리를 떠 승객 1천여명이 1시간 가량 객실에 갇혀있어야 했다.

승객들은 일부 지하철역의 역사와 역무실 유리창을 깨뜨리고 환불과 교통비 지급 등을 요구하며 항의했다.

지하철 1호선이 한동안 마비되자 역주변 도로는 귀가하기 위해 택시 등을 타려는 시민과 차량이 뒤섞여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이날 10시 2분경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에서 청량리발 수원행 전동차가 출발하려는 순간 승객들이 기관실로 몰려가 항의하자 기관사가 역무실로 대피하면서 15분간 전동차운행이 처음 중단됐다. 기관사들은 경찰의 호위를 받아 기관실에 다시 들어가 운행을 재개했다.

종각역에서는 승객들이 기관사들에게 이른바 ‘준법운행’에 따른 전동차의 지연운행에 격렬히 항의하자 기관사들이 10시50분경 운전석을 이탈했다가 11시24분경 경찰의 도움을 받아 다시 운행을 재개했다.

이 사고로 청량리역 방향 전동차가 각 역에서 잇따라 멈춰서면서 소동은 더욱 커졌다.

지하철 시청역에서 전동차에 갇혀있던 승객들은 11시반경부터 전동차의 문을 수동으로 열고 터널을 통해 시청역으로 빠져나와 지하철 직원들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시청역에서는 귀가할 택시비 등을 요구하는 일부 승객에게 1만원씩 교통비를 지급하기도 했다.

승객 장기찬씨(31·현대백화점 부천점 직원)는 “전동차가 시청역과 서울역 사이의 터널에 멈춰 있는 동안 안내방송도 없어 승객들은 영문을 모른 채 갇혀있었다”고 말했다.

〈박윤철·이완배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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