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5·18항쟁 부상자회, 당시 진압부대 방문

  • 입력 1999년 3월 1일 20시 04분


“이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이제 과거의 아픔일랑 역사속에 묻어야지요….”

장병들의 도열 속에 두 딸의 손을 잡고 부대 강당으로 들어서던 이형민(李亨玟·40·회사원)씨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1일 오전 11시반 서울 송파구 거여동 3공수 여단 강당. 5·18광주 민중항쟁 부상자회 서울 경기 지회 회원과 가족 등 2백20여명이 부대장의 환영사를 듣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새정부 출범 1년을 맞아 5·18 부상자회측이 화해의 차원에서 5·18당시 진압 주력 부대였던 3공수여단측에 방문 의사를 전하고 부대측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이뤄졌다.

1천여명의 부대원중 5·18당시 진압작전에 참가했던 장병은 30여명. 그러나 부대측은 이날 만남이 갖는 상징성 때문에 어떤 VIP방문때보다도 세심하게 행사를 준비해왔다.

진압작전에 참가했던 송영배(宋榮培·53)원사는 “군인으로서 부여된 임무에 따라 수행한 작전이었지만 늘 마음 한 구석에 짐으로 남아 있었다”며 “이분들께 조금이나마 용서를 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 더없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5·18부상자들은 이날 부대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부대 연병장에서 6백명이 펼친 ‘태권무’시범을 관람하고 장병들의 도열 속에 부대를 떠났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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