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검찰, 인사에만 「촉각」 일손놓아 부작용

  • 입력 1999년 2월 12일 19시 36분


정기인사를 앞두고 법원과 검찰이 민감한 사안에 대한 판결이나 새로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이유없이 미루는 사례가 계속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법원◆

다음달 1일의 정기인사가 임박하자 재판부가 재벌이나 정치인관련 사건 등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는 사건에 대해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선고를 연기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서울고법과 지법에서는 12일 하루에만 3건의 사건에 대한 선고가 연기되기도 했다.

이들 소송은 삼성전자, 스포츠지 편집국장, 이배영(李培寧)서울 은평구청장 등이 관련돼 있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골치아픈 판결을 그냥 넘기고 싶으면 인사철에 자연스럽게 후임 재판부에 인계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사회적으로 영향이 있고 쟁점이 많은 판결을 심사숙고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

‘심재륜 항명파동’과 ‘평검사의 집단행동’이라는 진통을 겪은 뒤 설 연휴 이후에 첫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어서 고위 간부들은 물론 일선 검사들까지 인사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검찰고위직 인사시기가 ‘6일경→ 10일경→ 12일경→ 설 이후 19일경’ 등으로 자꾸 늦춰지고 한때는 평검사 인사를 고위 간부 인사에 앞서 단행한다는 소문까지 퍼져 검사들이 일손을 놓다시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지검 등 각 검찰청에서는 일선 검사들이 매일 오전 부(部)회의가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 인사를 화제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또 서울지역의 모 검사장은 이미 소속 검사들과 검찰청 인근 식당에서 송별회식을 하고 이임사까지 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대검의 한 간부는 “2월초부터 새 일거리를 기획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일선 검찰청에서도 의욕적으로 일을 하지 않아 야근당직을 하더라도 아침에 보고거리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게다가 일선 검찰청에서는 검사들이 새로운 고소고발사건을 배당받아도 “후임자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기록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조원표·하태원기자〉cw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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