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인터뷰/문흥수판사]『사법개혁 국민 도움 필요』

  • 입력 1999년 2월 9일 08시 15분


문흥수(文興洙)수원지법 부장판사는 8일 “진정한 사법개혁을 위해서는 국민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전관예우 사례나 사법개혁 아이디어를 모아달라”고 주문했다.

문판사는 이날 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제는 내가 나서서 사법개혁을 주장한다 해도 내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시민과 변호사 대학교수들이 현장에서 느낀 생생한 경험을 모아 준다면 기꺼이 ‘제2의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문판사는 “내 글이 발표된 뒤 어느 판사가 ‘솔직히 말해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요청한 변론재개신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보내오는 등 전관예우의 폐해를 지적하는 내용의 편지가 많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젊은 변호사가 ‘사법연수원을 갓 나와 변호사 개업을 한 심정이 마치 초등학교 옆에 허름한 문방구점을 차려놓고 지나가는 어린이가 들러주기만 학수고대하는 심정이었다’고 고백하더라”고 전했다.

그 변호사는 맡은 사건의 변론재개를 위해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이름을 빌리는데 2천만원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는 것.

이어 문판사는 “해방 이후 재임용 탈락자 수나 거물변호사의 이름이 있어야 변론재개를 해주는 사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확보된다면 사법부 수뇌부도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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