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풍 공판]『한나라 李후보측에 두차례 방북보고』

  • 입력 1998년 11월 30일 19시 41분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한성기(韓成基)씨가 지난해 대선당시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떠나기 직전과 베이징을 다녀온 직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측에 판문점 무력시위 요청과 관련, 2차례에 걸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한씨는 또 베이징 캠핀스키 호텔에서 북한 관계자들을 만나는 동안 이후보의 동생 이회성(李會晟·53·전에너지경제연구원장)씨에게 두차례 국제전화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씨는 30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김택수·金澤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판문점 총격요청사건 첫 공판에서 검찰 신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베이징으로 떠나기 하루전인 지난해 12월 9일 이후보의 부산 유세장으로 찾아가 이후보 수행비서에게 ‘특단 협상카드 정보보고서’를 건넸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씨의 컴퓨터에서 이같은 정보보고서를 발견, 법정에서 이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는 “베이징에서 북한 통일전선부의 최고책임자를 만나 김순권(金順權)옥수수박사의 방북을 이용해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제시할 것”이라며 “16일과 17일 사이에 행동으로 옮기도록 할 것”이란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또 한씨가 15일 이후보의 자택앞에서 운전사에게 건네준 사후보고서에서 “북한에서 황해도 출신인 이후보의 당선을 바라고 있었다. 만나서 나눈 대화내용을 모두 글로 옮기지 못하지만 나중에 별도로 보고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11월 19일 한씨 집에서 이같은 내용의 문건이 담겨있는 컴퓨터를 압수했으며 이를 출력한 사본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한씨는 이에 대해 “두 보고서는 컴퓨터로 직접 작성한 것이며 이후보에게 직접 전달한 것은 아니다”며 “이 문건들이 이후보에게 직접 전달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한씨가 지난해 12월 베이징 캠핀스키 호텔에 머물며 모두 89차례의 국제전화를 했다고 밝혔다.한씨는 이 가운데 회성씨에게 2차례, 진로그룹 장진호(張震浩)회장에게 8차례, 청와대 행정관 오정은(吳靜恩)씨에게 12차례 전화했으며 평양에도 2차례 국제전화를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한편 한씨는 이날 공판에서 “북한의 아태평화위 참사인 박충을 만나 북측이 무력시위 계획을 갖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질문한 사실은 있지만 총격을 포함한 무력시위를 요청한 사실은 없다”며 총격 요청사실을 부인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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