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 강압의한 헌납재산 『법률상 무효』첫 판결

  • 입력 1998년 11월 19일 19시 16분


80년 신군부의 강압에 의해 재산을 빼앗긴 부산 동명목재의 옛 사주측이 소송 끝에 일부를 되찾게 됐다. 신군부의 ‘강압에 의한 헌납행위’자체가 법률상 무효라는 이유로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지법 민사합의41부(재판장 나종태·羅鍾泰부장판사)는 19일 동명목재 강석진(姜錫鎭·84년 작고)씨의 아들 정남(政男)씨와 딸 2명이 신군부에 의해 빼앗긴 재산을 돌려달라며 부산시와 관세청 등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청구소송에서 “부산시 등은 원고측에 35억원 상당의 토지 5천7백여평을 돌려주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강씨 등 경영진이 80년 6월 당시 합동수사본부 부산지구에 의해 영장없이 연행돼 감금상태에서 수십일간 조사를 받으면서 재산포기각서를 작성한 것은 건전한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강씨가 재산헌납 각서를 작성하면서 백지에 서명 날인만 했을 뿐 나머지 내용은 합수부에 의해 채워진 점을 고려할 때 이 각서는 단순한 강압을 벗어나 의사결정의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므로 법률상 원인무효”라고 밝혔다.

강씨 등은 이번 소송에서 이겨 당시 1백억원대에 달했던 나머지 재산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동명목재는 60년대 국내 10대 기업에 드는 대기업으로 80년 신군부의 집권후 악덕기업을 척결한다는 명분에 따라 해체됐으며 사주 강씨는 전재산을 헌납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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