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충격적인 심판매수

  • 입력 1998년 11월 17일 19시 09분


1921년 2월 서울 배재고보 운동장에서 열린 제1회 전(全)조선축구대회는 국제적인 룰을 적용해 치러진 최초의 축구경기로 기록되고 있다. 축구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훨씬 전인 1882년의 일이지만 이전까지는 축구경기라기보다 서로 밀고 넘어뜨리는 ‘몸싸움’에 가까운 것이었다. 제대로 된 축구를 해보자는 창설 취지는 좋았으나 대회는 우승팀을 가려내지 못한 채 중도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대회 중단은 심판판정을 둘러싸고 선수들의 항의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첫날 세 경기가 모두 기권으로 끝나자 심판 전원이 사퇴했다. 이튿날에는 영국에서 축구를 배운 사람을 수소문해 심판을 맡겼으나 기권사태가 계속돼 더 이상 대회를 진행할 수 없었다. 선수들이 규칙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여서 혼란은 당연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축구가 인기스포츠로 정착한 오늘날에도 심판판정에 따른 잡음은 여전히 골칫거리다.

▼스포츠경기의 심판은 고독한 존재다. 선수나 감독들은 심판에게 늘 피해의식을 갖게 마련이다. 전력이 막상막하인 경기에서는 중요한 순간에 심판의 휘슬 하나가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에 패한 팀으로서는 불리한 판정 때문에 졌다는 볼멘소리가 언제든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훌륭한 심판이 되려면 깨끗한 몸가짐은 기본에 속한다.

▼하물며 심판이 특정 팀에 매수되어 한쪽에 계속 유리한 판정을 내렸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것도 어린 선수들의 대학진학 여부가 결정되는 고교팀 경기에서. 실제로 부산지검이 축구특기생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심판이 매수당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학입학 자격을 돈으로 사고 판 학부모나 감독은 물론이고 이들에게 놀아난 심판에 대해서도 엄한 벌이 따라야 할 것이다.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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