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밀수 수법 갈수록 지능화…안기부 범죄자료집서 소개

  • 입력 1998년 11월 16일 19시 32분


국제 마약상들의 운송수법이 상상을 절할 정도로 지능화되고 있다.

볼리비아인 등은 셔츠나 바지에 용해한 코카인을 흡수시켜 말리는 수법을 주로 쓴다. 깨끗이 포장해 마치 의류를 수입하는 것처럼 밀수하는 것. 그러나 마약으로 물들인 옷은 정상 의류보다 뻣뻣하고 무거우며 마약견의 예민한 코를 피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흑갈색의 헤로인 분말을 열처리해 사탕처럼 만들기도 한다. 유명회사의 사탕 상표를 위조해 붙이고 유통시킨다. 코카인을 열처리해 연필통 꽃병 등 플라스틱 용기처럼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볼링공 제조회사와 결탁해 볼링공 안에 마약을 숨겨 파는 수법도 있다. 밀수범들은 볼링선수를 가장해 운동복차림에 트로피까지 들고 당당하게 입국한다.

마약을 비닐봉지에 넣고 아교로 봉합한 뒤 항공특송화물의 행낭에 얇게 펴서 숨기는 수법도 있다.여자밀수범들은 아기를 유모차에 앉혀 입국하면서 좌석 밑부분의 쿠션이나 등받이 패드 등에 마약을 숨기기도 한다.

안기부가 16일 발간한 ‘21세기 새로운 위협, 국제범죄의 실체와 대응’이란 범죄자료집에 나타난 마약밀수범들의 기상천외한 수법들이다. 이 자료집에는 93년 우리나라의 금융실명제 이후 공직자 등의 새로운 돈세탁 수법도 소개되고 있다.

거액의 뇌물을 가명계좌에 보관중이던 공직자는 큰 돈을 실명전환해도 의심을 받지 않는 사주(社主)나 사채업자의 명의로 위장 전환하는 수법을 많이 쓴다.

친한 사람들끼리는 현금과 다를 바 없는 자기앞수표를 배서없이 서로 유통하는 수법도 있다. 급한 돈이 필요한 회사가 금융기관을 통해 사채업자 등 전주(錢主)로부터 자금을 공급받는 어음중개를 통한 복잡한 돈세탁도 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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