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살해사건]『우발사고 아닌 무차별 폭행치사』

  • 입력 1998년 11월 13일 19시 33분


어머니를 상습적으로 폭행해온 아버지를 밀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서울대 대학원생 이모씨(26·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아버지의 사인이 당초 알려진 대로 충격에 의한 뇌손상이 아닌 심한 구타에 의한 장기 손상으로 드러났다.

국립수사연구소가 이씨의 아버지 시체를 부검한 결과 외부타격에 의한 폐 장 간 등 다발성 장기파열에 의해 숨졌다는 것. 또 갈비뼈도 왼쪽 10개, 오른쪽 9개 등 19개나 부러졌으며 목앞쪽 연골이 골절돼 목이 졸렸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부검을 맡은 국과수 조갑래(趙甲來·36)법의학박사는 13일 “아직 종합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면서도 “이 정도 내상을 입으려면 한두차례 발길질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사를 맡은 경찰관 역시 “고층빌딩에서 떨어진 시체에서나 볼 수 있는 내상”이라며 “우발적 폭력이 아니라 무차별적인 폭행의 결과”라는 소견을 밝혔다.

이씨는 현재 존속살인혐의가 아닌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구속된 상태이며 이날 검찰에 송치됐다.

이와 관련해 이씨의 어머니 권모씨(51)는 “남편이 술만 마셨다 하면 온갖 행패를 부렸지만 아들은 아버지를 극진히 모셨다”면서 “아들이 남편을 그토록 심하게 구타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씨는 “아들이 모든 죄값을 치르겠다며 아버지를 더이상 욕되게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며 그동안 남편의 폭행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었다.

한편 이씨의 아버지는 5월 대구 모초등학교 교사로 있다 학부모의 상가에서 술을 마신 뒤 심한 행패를 부려 29년간 몸담았던 교직을 사직했으며 퇴직금으로 서울에 집을 마련해 하숙집을 운영하며 세식구가 함께 생활해 왔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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