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司正 협상 안된다』…일선검사들 거센 반발

  • 입력 1998년 11월 9일 19시 46분


여야 영수회담 성사여부를 지켜보는 검찰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신정부 출범이후 검찰이 추진해온 정치권 사정(司正)이 영수회담 성사를 위한 여야간 ‘협상 대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이 내사중이거나 이미 구속영장을 청구한 비리정치인에 대해 불구속 또는 불기소하기로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는 풍문까지 나돌자 검찰은 “풍문에 대해서까지 대답할 수 없다”며 언급을 삼가고 있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정치인을 영수간의 합의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구속하지 않는다면 ‘정치검찰’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정치권 사정과정에서 “비리척결에는 성역이 없다”며 검찰의 독립성을 유난히 강조해온 검찰로선 난처한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일선 수사검사들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 수사검사는 “비리정치인에 대한 사법처리여부가 어떻게 여야간 합의대상이 될 수 있느냐”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세풍(稅風)이나 총풍(銃風)사건 등 현재 수사중인 사건이 여야 영수회담의 공식의제로 채택된다면 검찰 수사가 또 다시 정쟁(政爭)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내부에선 이번 영수회담을 계기로 정치권 사정에 어떤 변화가 올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비리정치인 처벌문제를 영수회담 합의문에 포함시킬 수는 없을 것이며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영수회담을 계기로 미래지향적이고 상시적인 감시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이 강조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권과 검찰이 모두 살기 위해서는 “과거의 비리보다 앞으로의 비리에 대해 철저히 수사한다”는 식의 ‘원칙’이 천명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이와 함께 영수회담이 성사되면 미국에 도피중인 국세청 이석희(李碩熙)전차장의 귀국이 빨라져 세풍수사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원표기자〉cw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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