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냉동창고 화재]인부 2백명 앞다퉈 나오다 참변

  • 입력 1998년 10월 29일 19시 25분


부산 서구 암남동 냉동창고 신축공사장 화재현장은 아비규환 그대로였다. 페인트 등 인화물질을 타고 순식간에 불이 건물 전체로 번지면서 인부들이 한꺼번에 좁은 계단으로 몰려 피해가 컸다. 당시 이 건물에서는 2백여명이 작업중이었다. 현장에서 발굴된 시체는 대부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발생

29일 오전 8시15분경 부산 서구 암남동 매립지에 동원건설㈜이 시공중인 냉동창고 삼동 범창골드프라자 신축현장 6층과 7층 사이에서 강한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당시 옥상에서 용접작업을 했던 박지영씨(26)는 “7층 근처에서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고 말했다.

▼대피 및 피해

사고 당시 이 건물에서는 모두 2백11명이 작업을 하고 있었으며 불이 나자 1백80여명은 계단으로, 10여명은 옥상으로 대피했다. 또 3명은 6층 창문을 통해 밖으로 뛰어내리다 중상을 입었다.

숨진 한봉식씨(33·해운대구 좌동) 등은 대부분 7,8층에서 작업하던 인부들로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사망자 시체는 대부분 7,8층 서쪽 계단과 중앙계단에 몰려 있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15분경 화재현장에서 용접용 아세틸렌 가스통이 폭발해 시신 발굴작업을 벌이던 부산 중부소방서 초량파출소 이재화소방사(33) 등 소방관 6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화재원인

처음 불이 난 6,7층에서는 30여명이 벽면단열작업과 배관용접작업 등을 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우레탄 작업과정에서 발생한 휘발성가스에 용접불꽃이 튀어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레탄은 시너 등 유기용제에 혼합해 사용하는 단열재로 이 과정에서 인화성 가스가 다량 발생한다는 것.

▼구조

화재발생 10분 뒤 소방차 80여대와 헬기 2대가 출동했으나 워낙 불길이 빨리 번져 구조작업이 늦어졌다.

소방관들은 우선 옥상에 대피해 있던 10여명을 헬기와 고가사다리차로 긴급구조했으며 1시간 뒤 불길이 잡히면서 구조작업을 시작했다. 소방관들은 7층에서 시체를 발굴하기 시작해 △7층 16명 △7,8층사이 계단 2명 △6,7층 계단 2명 △후송중 사망 1명 등 오후 5시까지 모두 21구를 발굴했다.

▼문제점

사고 현장은 페인트 스티로폼 산소통 등 인화물질이 곳곳에 널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시공회사인 동원건설을 비롯해 10여명이 숨진 하청업체 대성방열 등 19개 업체가 벽면 단열작업과 배관용접, 배선 도색작업 등을 동시에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환풍기 등 환기시설이 전혀 없어 페인트와 스티로폼 등에서 발생한 인화성 가스가 밀폐된 작업장 내부에 쌓일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사고처리 및 보험

동원산업은 대한화재보험에 3백70억원의 건물보험, 근로복지공단에 모든 공사인부에 대한 산재보험에 가입했으며 하청업체들은 개별적으로 근로자 재해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사망자 1인당 7천만∼1억여원의 보험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사망 및 실종자 명단

▷사망확인 △예건공영 임달순 △세우건업 김용호 △동원건설 이효암(40·부산진구 부암1동) △SM건영 이복규(61·현장소장) △한봉석 △최봉조(30)

▷실종 △동원건설 심우경 정귀홍 박진욱 △대성방열 정용섭 김명돌 김규완 윤태선 전광남 박희동 우태훈 임종수 이종호 장효일 엄선교 유진상 박현민 권기연 △SM건영 강동섭 이병선 유영수 김종곤

〈부산〓조용휘·석동빈기자〉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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