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요청사건 「빅딜」의혹…고문공방 갑자기 「시들」

  • 입력 1998년 10월 22일 19시 53분


여야가 ‘판문점 총격요청사건’의 폭발성을 감안,‘정치적 해결’을 시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이 사건을 다루는 정치권의 태도와 관계기관의 반응 때문이다.

21일 국회정보위는 예상과는 달리 한성기(韓成基)씨 등 ‘총격요청 3인방’의 고문의혹에 대해 여야간 접전없이 끝났다. 이종찬 안기부장이 “고문은 결코 없었다”고 보고했지만 서슬 퍼렇던 야당의원들은 끈질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수사기관의 태도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동생 회성(會晟)씨에 대한 ‘불기소’쪽으로 방향이 굳어지고 있다. 박상천(朴相千)법무부장관은 20일 외신기자회견에서 “회성씨는 참고인 자격”이라고 말했었다.

여당 내부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엿보였다. 국민회의의 한 핵심당직자는 22일 “정국이 더이상 대치상태로 가서는 안된다”면서 “이는 방일(訪日)전부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가졌던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여야와 수사기관은 ‘회성씨 불기소〓고문공방 종식’이라는 이른바 ‘빅딜 시나리오’를 극구 부인했다.

안기부와 검찰관계자들은 “총격요청사건은 빅딜의 대상이 아니다”며 “변호사의 접견과 신체검증 등으로 시간이 없어 배후를 밝히지 못한 것이며 앞으로 배후세력을 캐는데 시간을 갖고 수사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도 “박장관에게 알아보니 회성씨에 대한 수사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더라”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펄쩍 뛰기는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여권이 꼬리를 내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고문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히 여권이 정치 복원을 구실로 한나라당의 다른 비리사실을 덮어주는 대신 총격요청사건을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처럼 여론을 조작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22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 사건 피의자에 대한 고문 진상을 끝까지 밝히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차수·윤영찬기자〉kimc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