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대학가 共居族있다…학교주변 원룸얻어 한집살림

  • 입력 1998년 9월 21일 19시 31분


서울대 농생대 2학년에 재학중인 K씨(20)는 요즘 기숙사를 나와 여자친구 C씨(20·서울대 사범대 2년)의 원룸에서 기거하고 있다. 술을 마신 뒤 간혹 찾아가다 2개월 전부터는 아예 짐을 옮겨놓고 함께 지내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것.

“아직 군에도 다녀오지 않은 처지에 결혼을 약속하는 것은 서로에게 부담되는 일이 아닐까요. 현재로선 단지 필요한 것을 공유(共有)하며 사는 생활에 만족할 뿐입니다.”

최근 서울대 등 대부분의 대학가에 이른바 ‘공거(共居)’바람이 불고 있다.

‘공거’란 주로 지방에서 서울 소재대학으로 진학한 남녀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약속없이 한방에서 생활하며 학교생활을 병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남녀관계를 가리키는 대학가의 신조어(新造語).서로에게 예속돼 부부생활과 흡사한 특성을 보이는 ‘동거(同居)’와는 여러가지 면에서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들 공거커플의 특징은 △같은 교양수업을 듣거나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한다 △집에서는 각자의 전화를 사용하며 상대의 전화는 받지 않는다 △부모와 친구에게는 공거사실을 철저히 숨긴다 △아는 사람을 집에 데려오지 않는다 △식사와 설거지는 번갈아 가며 한다 △생활비는 반반씩 부담한다 △상대방에게 싫증을 느낄 때는 언제든지 헤어진다는 것 등이다.

3, 4년 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이들 ‘공거커플’은 현재 대학별로 1백∼2백쌍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공거커플 학생들은 “생활비 절약 효과뿐만 아니라 상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는 효과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동료 대학생들과 교수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박정훈·박윤철기자〉hun3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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