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측이 소속 의원들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추정되는 돈이 선거운동이 아닌 용도로 ‘전용’됐음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것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명재·李明載검사장)는 국세청의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을 수사하면서 기업들이 낸 돈 중 일부의 최종 사용자가 한나라당 의원의 부인 또는 친인척인 것을 확인했다.
국세청 이석희(李碩熙)전차장이 은행에 입금한 15억원은 한나라당 의원에게 약 1천만원씩 지급할 수 있는 액수.
의원의 부인 또는 친인척이 사용한 액수가 1인당 1백만∼1천1백만원이라는 점이 이같은 추정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한 의원의 부인은 이 돈을 고스란히 자신의 계좌에 넣어 사용하지 않은 채 갖고 있었다. 대선자금으로 ‘축재’를 한 셈이다.
한 의원의 부인은 이 돈을 백화점 등지에서 쇼핑을 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에서 지급한 선거자금이 새는 것은 정치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 정치인은 “후보가 뿌린 돈의 10%만 유권자들에게 전달돼도 다행”이라고 말할 정도다.
92년 대선 때는 당시 민자당 김영삼(金泳三)후보가 각 지구당에 보낸 10억원대의 대선자금을 통째로 착복한 ‘대형 사고’도 있었다. 당시 민자당의 한 지구당위원장은 이 때문에 선거가 끝난 뒤 중앙당의 감찰을 받았다. 이 지구당위원장은 선거자금을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의 운영자금으로 쓴 것이 드러나 위원장직을 사퇴해야 했다. 5공 시절에는 특정지역의 여당 지구당위원장이 승산이 없는 선거를 아예 포기하고 중앙당이 준 수억원의 선거자금을 자신의 생활비로 쓰기도 했다.
〈하태원기자〉sc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