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도 배달사고…의원부인등이 챙겨 쇼핑

  • 입력 1998년 9월 11일 19시 26분


대선자금도 배달사고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측이 소속 의원들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추정되는 돈이 선거운동이 아닌 용도로 ‘전용’됐음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것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명재·李明載검사장)는 국세청의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을 수사하면서 기업들이 낸 돈 중 일부의 최종 사용자가 한나라당 의원의 부인 또는 친인척인 것을 확인했다.

국세청 이석희(李碩熙)전차장이 은행에 입금한 15억원은 한나라당 의원에게 약 1천만원씩 지급할 수 있는 액수.

의원의 부인 또는 친인척이 사용한 액수가 1인당 1백만∼1천1백만원이라는 점이 이같은 추정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한 의원의 부인은 이 돈을 고스란히 자신의 계좌에 넣어 사용하지 않은 채 갖고 있었다. 대선자금으로 ‘축재’를 한 셈이다.

한 의원의 부인은 이 돈을 백화점 등지에서 쇼핑을 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에서 지급한 선거자금이 새는 것은 정치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 정치인은 “후보가 뿌린 돈의 10%만 유권자들에게 전달돼도 다행”이라고 말할 정도다.

92년 대선 때는 당시 민자당 김영삼(金泳三)후보가 각 지구당에 보낸 10억원대의 대선자금을 통째로 착복한 ‘대형 사고’도 있었다. 당시 민자당의 한 지구당위원장은 이 때문에 선거가 끝난 뒤 중앙당의 감찰을 받았다. 이 지구당위원장은 선거자금을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의 운영자금으로 쓴 것이 드러나 위원장직을 사퇴해야 했다. 5공 시절에는 특정지역의 여당 지구당위원장이 승산이 없는 선거를 아예 포기하고 중앙당이 준 수억원의 선거자금을 자신의 생활비로 쓰기도 했다.

〈하태원기자〉sc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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