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自」새변수]『정리해고 원칙붕괴땐 외자유치 타격』

  • 입력 1998년 8월 22일 07시 39분


현대자동차 사태와 관련, 경제 5단체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정치권의 개입을 문제삼고 정부에 엄정한 법집행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재계의 이번 공동회견은 노사문제에 대한 정부 및 정치권의 개입관행을 정면에서 비판한 것으로 현대사태 해결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견의 배경엔 현대사태가 한 기업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민간부문 정리해고의 새로운 전례가 되고 그 파장이 타기업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

경제5단체는 이때문에 현대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원칙에 따라 해결되는 것’이라며 과거처럼 무원칙하게 ‘적당히’ 사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우선 정치권이 협상과정에 개입하고 나섬으로써 사태 해결 방향이 노조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재계는 간주하고 있다.

중재단이 내놓은 중재안은 정리해고 규모와 무급휴직 기간이 회사측의 당초 방침과는 달리 대폭 축소된 것으로 ‘노조 달래기’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이들은 비판한다.

이번 사태가 노조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결말이 날 경우 노사분규에서 불법 폭력행위가 정당화됨으로써 다른 대기업의 대규모 정리해고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에 재계는 앞으로도 계속 “노사 합의에 의해 법제화된 정리해고가 과거와 같은 무원칙한 노사관행으로 인해 유명무실해 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단호하게 표명하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 임원이 노조의 폭행으로 입원하는 등 노조의 불법행위가 난무하고 있는데도 중재단이 노조에 대한 고소 고발을 취하할 것을 종용하고 있는 것은 ‘경제문제를 정치논리로 풀려는 구태’라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다.

조남홍경총부회장은 “정리해고와 고소 고발은 별개의 문제로 중재대상이 될 수 없으며 마찬가지로 불법행위에 따른 재산피해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양대노총의 노사정위원회 탈퇴와 복귀 과정에서 이미 한 차례 ‘소외’된 적이 있던 재계로서는 이번 사태를 통해 노사문제에 대한 원칙이 정립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공동기자회견의 형식을 빌린 재계의 강력한 입장표명이 정부와 정치권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협상 막바지 단계에 있는 현대사태의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리고 사정(使政)갈등의 양상이 어떻게 봉합될지도 큰 관심사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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