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현대自 농성 곧 강제해산…병력투입 불가피』

  • 입력 1998년 8월 18일 18시 56분


현대자동차 노사가 18일 정부의 막판 중재를 거부함에 따라 경찰의 울산공장에 대한 병력 투입이 임박했다. 경찰은 곧 농성중인 노조원 3천여명을 강제해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는 이와 관련 “경찰력 투입문제는 유보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해 당분간 노동부를 매개로 한 노사 물밑 대화가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기호(李起浩)노동부장관은 17일 밤 현대자동차 정몽규(鄭夢奎)회장과 김광식(金光植)노조위원장을 만나 “노사가 정부의 중재를 요청하면 합리적인 타협안을 제시하겠다”고 설득했으나 회사와 노조는 18일 정부의 중재 자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병력투입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작전’에 들어갔으며 회사측도 상황실을 회사 바깥으로 옮기는 등 경찰 투입에 대비했다.

◇경찰

경찰은 18일부터 7개 공장 출입구에 전경 4,5개 중대 5백여명씩을 배치해 일반 조합원의 사내 농성합류를 막고 있다.

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으로 통하는 주요 간선도로에서 검문검색을 강화, 대학생 등의 농성합류를 차단했으며 사내 농성자 가운데 부녀자와 어린이를 격리시킬 여성 경찰기동대 1개 중대 1백여명을 이날 오후 울산공장 정문 앞에 배치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이날 오전 4시부터 두시간반 동안 전경 1백개 중대 1만2천여명과 물대포 페퍼포그 차량 등을 동원, 7개 출입구를 완전봉쇄하는 등 병력투입에 대비한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농성중인 조합원과 가족 등 2천5백여명은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채 각 출입구에서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회사·노조

회사측은 사내에 있던 상황실을 회사 바깥으로 옮기고 휴업조치 이후에도 계속 근무토록 했던 비상요원도 전산실과 도장공장 관리요원 30여명만 남기고 나머지 2백70여명은 회사 바깥으로 철수시켰다.

회사측은 또 사내 주유소의 기름을 비우고 가스밸브를 잠그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노조도 경찰 투입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하고 천막 농성장과 가장 가까운 본관 정문 등 출입구에 출고 직전의 완성차량과 철구조물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노동부

노사 양측이 정부의 중재를 거부, 사실상 자율적인 사태해결이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기호장관이 서울로 올라온 뒤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노사 양측과 물밑 교섭을 벌였다.

김상남(金相男)노동부기획실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양측 모두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도 정부 중재안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몰라 불안해 하는 것 같다”며 “노조가 계속 정리해고 전면철회를 요구하는 한 중재가 성사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실장은 또 “경찰력 투입여부는 관계당국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노동부는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노사를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정재락·권재현·이완배기자〉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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