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의식개혁 바람 『솔솔』…검정양복 전격 「퇴출」

  • 입력 1998년 7월 30일 19시 32분


서울 내곡동 안기부 청사에 ‘의식개혁’바람이 불고 있다.‘상명하복’과 ‘비밀주의’에 익숙해온 직원들에게 시대변화에 맞게 민주적 자율적 진취적 기상을 심기 위해서다.

안기부 핵심간부들은 ‘북풍(北風)’사건 등 안기부가 개입한 불명예스러운 공작이 상부의 명령이라면 범죄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직원들의 맹목적 충성의식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새시대에 맞는 안기부 직원상을 정립하기 위해 의식개혁운동에 들어간 것이다.

의식개혁운동의 첫번째 사례는 복장 자율화. 검정 양복에 검정 선글라스로 상징돼온 직원들의 복장을 지난달 말부터 자유화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직원들도 최근 들어 넥타이를 풀고 면바지나 청바지 차림에 티셔츠를 입는 간편복 차림으로 근무하는 등 호응이 높아가고 있다.

두번째는 공개주의. 李종찬 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고위간부들의 토론회 장면이 폐쇄회로를 통해 두차례나 직원들에게 중계됐다. 간부들의 토론장면을 직접 보고 부서별 회의에서도 이를 적용하라는 지침인 셈이다. 이는 ‘지시―수행’의 일방적 관계가 아닌 쌍방향 의사소통 분위기를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기부의 ‘뿌리찾기 운동’. 이부장은 일제때 밀정색출과 정보수집 임무를 담당했던 단재 신채호(丹齋 申采浩)선생의 ‘의열단’과 백범 김구(白凡 金九)선생의 ‘한인애국단’을 안기부의 뿌리로 규정하고 집무실 앞에 단재와 백범선생의 존영을 내걸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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