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인생 망친 놈』 신창원 아버지의 애끓는 부정

  • 입력 1998년 7월 20일 19시 43분


“다 내가 너무 고지식했던 탓이야….”

탈옥수 신창원(申昌源·31)이 탈주행각을 벌여온 지난 17개월은 그의 아버지 신흥선씨(74)에게 애끊는 세월이었다. 아들의 빗나간 인생이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신씨는 오늘도 하염없이 술잔을 기울인다.

“창원이가 15세 때였지. 동네(전북 김제)에서 수박을 훔쳤어. 난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잘못을 저지르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걸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 경찰에 알렸어.”

9세 때 어머니를 여읜 아들이 학교 수업에 빠지는 등 탈선 조짐을 보이자 ‘법이 무섭다’는 것을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소박한’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그게 잘못이었어.”

1년이 못돼 소년원을 나온 아들은 아버지의 염원과 달리 오히려 범죄에 눈을 떴다. 폭력과 절도로 경찰서를 들락거리더니 89년 강도치사죄로 무기형을 선고받은 것. 다른 형제가 아버지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소년원이 사람을 바로잡는 데인 줄 아세요? 오히려 나쁜짓을 배우는 곳이라고요.”

후회만으로는 자신의 ‘무지’를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신씨는 이후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7백여평의 땅에 농사를 지어 수천만원을 모은 신씨는 자식들 앞에서 선언했다.

“이 돈은 창원이가 출소 뒤에 결혼하고 정착하는데 쓸 돈이다. 아무도 넘보지 말아라.”

그러나 지난해 1월 아들의 탈옥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신씨는 “땅은 무슨 소용이고 돈은 또 무슨 소용이냐”며 자포자기에 빠졌다. 답답해진 그는 농사일을 접고 올해 3월 상경, 세 아들의 집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

“그녀석이 ‘경찰에 잡히느니 죽겠다’고 했다지. 나쁜 녀석, 죽긴 왜 죽어. 차라리 잡히면 얼굴이나 볼 것 아니야….”

〈이승재기자〉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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