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갈 소떼 2진 출발신호만 기다린다

  • 입력 1998년 7월 17일 20시 02분


“소가 한달째 축사에 갇혀 있어 안쓰러워요. 어서 남북관계가 풀려 북한으로 보내줘야 할텐데….”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2차로 전달될 소가 북행(北行)을 기다리고 있는 17일 충남 서산농장. 5백1마리의 소는 ‘북송 차’에 오를 모든 준비를 끝낸 상태.

축사 관리인은 “검역도 진작 마치고 출발 신호만 기다리는 중”이라면서 “잃어버릴 염려 때문에 한달간 축사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1진’ 5백마리가 북한으로 떠난 이후 이들 2진 소떼의 북송은 두차례나 연기됐다.

당초 예정은 지난달 말이었으나 동해안에서 터진 잠수정과 무장간첩 침투 사건 여파가 애꿎은 소떼에게 미쳤다. 정부가 “당분간 대북경협을 유보한다”는 입장이라 지금으로선 언제쯤 판문점을 넘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정주영(鄭周永)현대명예회장은 소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7일엔 농장에 내려와 하룻밤 묵으면서 축사를 직접 둘러보기도 했다. “소가 건강에 이상 없도록 잘 돌보라”고 당부했다는 농장측의 전언.

강영락(姜永洛·49)소장은 “매일 아침 정명예회장에게 소의 건강상태를 전화로 보고한다”고 말했다.

1차때와 마찬가지로 이들 2차 소떼도 특히 우량우들로 선발됐다. 농장측은 “한달간 축사 밖에 못나가 다소 답답해하긴 해도 소는 모두 건강하다”고 설명. 암소 가운데 80마리는 현재 임신중이라고.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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