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잠수정 의문]침투냐,귀환이냐? 궁금증 증폭

  • 입력 1998년 6월 26일 19시 11분


26일 새벽 북한 잠수정에서 시체 9구가 발견됨에 따라 수색 작전은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몇가지 의문점이 풀리지 않고 있다.

9명의 사망과정 및 잠수정이 침투중이었는지 귀환중이었는지 여부, 공작원중 탈출자가 있느냐 등 궁금증을 낳고 있는 것이다.

남행 북행잠수정은 침투하다 붙잡힌 것일까, 아니면 임무를 마치고 귀환중이었을까. 이 잠수정이 동해안으로 침투중이었다면 잠수정 안에 남한에서 입고 다닐 옷가지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시체나 유류품에 남한 옷이 없었다. 이에 따라 이미 공작원을 침투시킨후 돌아가는 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잠수정이 발견된 시간과 위치는 귀환길이 아니라 침투길이라는 추측이 가능하게 한다. 잠수정은 속초에서 20㎞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22일 오후 4시33분경 발견됐다. 이날은 그믐 전날이다. 북한 공작원들은 주로 칠흑같이 어두운 야음을 타고 침투한다. 탈출자 여부군이 가장 신경을 쓰는 대목이다. 군 관계자는 26일 “유고급 잠수정에는 통상적으로 승조원 5,6명과 공작원 3,4명이 탄다”고 밝혔다. 강릉무장간첩사건 당시 생포된 이광수씨(32)는 “공작원은 3인1조로 활동하며 유고급 잠수정의 승조원은 6명이다”고 말해 군의 판단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무기백과사전인 제인연감은 유고급 잠수정의 승선인원을 10, 11명으로 기록하고 있다. 문제의 잠수정에 최대 승선인원이 탔다면 나머지 1,2명의 행방을 쫓아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사망 과정시체9구 가운데 4구는 머리에 총상이 있고 나머지는 가슴 등에 난사당한 상태로 숨져 있었다. 당국은 일단 4명의 공작원이 5명의 승조원을 난사한 후 각자 자살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 집단사망이 집단자살인지 아니면 공작원에 의한 타살인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그리고 시점도 발각되자마자인지 아니면 예인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인지도 의문이다. 초기 예인도중 통신안테나가 움직였다는 일부 군측 증언은 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숨졌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음료수 페트병국산 음료수 페트병에 대해 이광수씨는 “공작원들이 교육의 일환으로 남한에서 생산하는 음료수를 마신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또 “비상탈출시 사용하기 위해 해치 사이에 오리발과 페트병이 든 배낭을 미리 갖다 놓는다”면서 “공작원은 부력을 늘려주는 보조기구로 페트병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씨의 증언이 맞다면 공작원이 북한에서 마신 음료수 페트병을 공작에 사용하기 위해 놓아둔 것이 된다. 하지만 공작원이 남한에서 구입한 음료수를 마시고 남긴 것일 수도 있다.

〈하준우·정위용기자〉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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