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몰이방북」남북대화 「물꼬」틀까…김정일 만날 가능성

  • 입력 1998년 6월 14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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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 명예회장 일행의 판문점을 통한 ‘소몰이 방북’을 이틀 앞두고 정부와 현대측은 14일 마무리 작업에 분주했다.

정부는 이날오후임진각옆 자유로에서 판문점 쪽으로 바로 이어지는 길이 9백m의 통일대교를 서둘러 개통했다. 당초 다음달 초 준공할 예정이었으나 마무리 공사에 박차를 가해 공기를 단축했다.

정명예회장은 이 길을 통과해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 마련을 기대하는 국민적인 여망을 업고 북행길에 나선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정명예회장이 방북 기간에 김정일(金正日)노동당 총비서를 만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으나 이번 방북을 통해 남북 당국간의 대화 재개 문제를 논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북목적이 고향방문과 금강산 개발을 비롯한 경협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남북 당국간 메신저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정명예회장이 북한의 당국자들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대북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전달할 개연성은 있다.

국내 방송사들은 정명예회장의 방북장면을 가급적 생중계한다는 입장이나 판문점통과는 유엔사령부 측이 보안을 이유로 중계차 진입에 난색을 표명해 군사분계선 월선 장면은 약 30분 정도의 시차를 두고 녹화중계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명예회장이 판문점 북측지역에서 평양으로 향하는 장면은 북한측의 불허로 국내언론의 취재가 어려우나 CNN 등 외신이 북한측과 협의, 이를 보도할 경우엔 간접적으로 북측상황을 전할 수도 있다.

현대는 16일 오전8시 임진각에서 정명예회장 일행 환송행사를 갖는다. 이어 정명예회장의 차와 나머지 방북단이 탄 미니버스, 적십자 깃발과 현대 깃발을 차 양편에 단 소 운송 트럭 50대(5t 40대, 8t10대)가 차례대로 통일대교를 통과한다. 트럭 운전사들은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북측에 차량을 넘겨주고 돌아오게 된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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