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장관 『日王은 天皇』 발언 논란

  • 입력 1998년 5월 14일 07시 00분


박정수(朴定洙)외교통상부장관이 13일 서울 주재 외신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일왕(日王)을 천황(天皇)으로 호칭해도 무방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고 있다.

박장관은 이날 향후 한일관계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한일간의 문호를 개방하고 천황의 방한까지도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일본의 한 특파원은 “한국언론에서는 ‘일왕’이라고 표기하는데 장관이 ‘천황’이라고 한 것은 외교통상부의 공식입장이냐”고 파고 들었다.

박장관은 “천황은 일본의 천황이다. 예를 들어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외상은 고유명사인데 이름을 오부치 게이조라고 불러주는 것이 당연하듯이 여러분이 ‘천황’이라고 부르는 분을 ‘천황’이라고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외교통상부 이호진(李浩鎭)대변인은 “천황 호칭에 대해 정부의 공식입장이 있을 수는 없는 것이고 미국의 대통령을 ‘프레지던트’, 독일총리를 ‘챈슬러’, 영국여왕을 ‘퀸’으로 부르는 것과 같은 연장선상에서 자연스럽게 호칭하자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외교통상부의 일본담당 관계자는 “한국언론이 89년 재일한국인 지문날인 문제로 한일관계가 냉랭해졌을때 ‘천황’대신 ‘일왕’이라는 호칭을 사용했고 당시 외무부는 이의 절충형태인 ‘일황(日皇)’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일본인들이 천황으로 부르기 때문에 우리가 이를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논리가 한일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받아들여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한기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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