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금동근/다시 서게, 친구여!

  • 입력 1998년 1월 20일 20시 12분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승수네 가게가 털리다니….”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 근무하는 김수진(金洙鎭·39)과장. 김과장이 불의의 소식을 접한 것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전. 친구인 함승수(咸承洙·39)씨가 운영하던 금은방이 밤새 몽땅 털렸다는 소식(본보 97년 12월23일자 39면 보도)이었다. “승수에게는 그 가게가 목숨과도 같은 것인데….” 김과장의 가슴 한 구석이 무너져내렸다. 김과장이 자신의 일처럼 아파한 것은 각별했던 함씨와의 우정 때문. 초등학교 시절, 동네친구였던 함씨와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함씨의 가방은 김과장의 몫이 됐다. 소아마비로 목발을 짚고 다닌 함씨의 두 손 노릇을 한 것. 김과장의 ‘친구사랑’은 중학교까지 이어졌다. 9년간 양 어깨에 가방을 지고 함씨와 등하교길을 함께 했다. “5명이 늘 함께 어울렸습니다. 철없을 때였지만 우리는 승수가 스스로 정상인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도움을 주지말자고 다짐했죠.” 축구를 할 때도 똑같은 자격으로 참가시켰고 함씨가 다른 아이와 싸움을 벌여도 결코 도와주지 않았다는 것. 함씨는 장애를 딛고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개척해나가는 모습으로 친구들의 배려에 화답했다. 19일 저녁 김과장을 포함한 4명의 친구들은 푼푼이 모은 돈을 들고 함씨 집을 찾았다. 함씨를 위로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오랜만의 부부동반 모임은 금세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김과장은 호텔에서 모금한 1백50만원을 20일 또다시 함씨에게 전달했다. “승수는 술에 취해 몇번씩 넘어지면서 걸어가도 절대 친구들 도움을 받지 않습니다. 그런 친구인 만큼 반드시 다시 일어서리라고 믿습니다.” 〈금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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