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포커도박을 하다 적발됐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법무부와 검찰은 매우 곤혹스럽고 침통해하는 분위기다.
이번 사건은 검사가 도박을 하다 적발된 첫 사건이다. 문민정부 초기 사정 당시 몇몇 검찰간부들의 비리사실이 드러나 사표를 내고 구속까지 된 일이 있었지만 도박을 하다 적발된 적은 없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지난해 6월 한 야당의원이 『시골검사들이 업자들과 모여 고스톱을 하고 구두 닦은 돈도 안낸다』며 「검사 망국론」을 제기했을 때도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전체 검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야당의원을 처벌하자는 의견까지 냈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검사들은 「폭탄주」 등 과격한 술문화로 가끔 비판의 대상이 된 적은 있지만 도박과는 비교적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잘나가는」 법무부의 엘리트 검사가 휴양지에서 「골프」 「업자」 「여자」 「거액의 판돈」 「외국달러」 등 오해의 소지가 다분히 있는 온갖 요소들을 갖추고 사고를 일으켜 일선검사들로 하여금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의 엄청난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경제주권까지 내주고 온 국민이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시점에 이번 사건이 터졌다는 데에 일선 검사들은 더욱 당혹해하고 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한 검사의 우발적인 실수 때문에 전체 검사가 매도되는 것 같아 억울하기도 하지만 그런 억울함을 말할 염치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 수뇌부도 과거와는 달리 「해명」보다는 「사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무부는 7일 김종구(金鍾求)장관 명의로 사죄문을 발표한데 이어 8일 이종대(李鍾大)검사의 사표를 즉각 수리하면서 다시 사죄의 뜻을 밝혔다.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도 8일 주례간부회의에서 『정말 안타깝다. 국가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검사가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검찰 관계자는 『김총장 취임 이후 경제 살리기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검찰권을 행사하고자 했던 이제까지의 노력이 이번 사건으로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고 말했다.
진형구(秦炯九)대검 감찰부장은 『이검사가 정식입건된 상황이기 때문에 훈방 등 가벼운 징계로 끝날 수는 없을 것이며 최소한 기소유예처분은 받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형·조원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