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모두 10%만 아껴도 에너지 연간21억달러 절약』

  • 입력 1997년 11월 21일 19시 48분


서울 강남에 사는 고모씨(47)는 최근 그동안 외면해온 차량 10부제 운행에 동참하기로 했다. 사상 최악의 외환위기가 남의 일 같지 않아 외화난을 조금이라도 덜어보자는 뜻에서다. 쏘나타 승용차에 매주 4만원씩 기름을 넣어온 고씨로서는 열흘에 4천원 정도 절약하는 셈. 우리나라 휘발유 차량운전자 모두가 고씨처럼 10부제에 동참하면 연간 6백57만배럴의 휘발유를 아껴 1억7천4백50만달러의 외화를 절약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가정 가게 공장 등에서 경유소비를 10%씩만 줄여도 1년에 1억5백만달러, 전기를 10% 아끼면 4억5천만달러가 우리 손에 떨어진다. 집에서 백열전구를 형광등으로 바꿔도 소비전력을 72%나 줄일 수 있다. 통상산업부에 따르면 이처럼 우리국민 모두가 「10% 에너지 절약운동」에 동참하면 연간 21억달러를 아낄 수 있다. 원전 1기를 건설할 수 있는 거액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려야 할 만큼 다급해진 달러위기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국민이 여전히 많다. 올해 9월까지 해외여행에 나섰던 우리 국민은 모두 3백37만명. 평균 1천7백달러씩 모두 58억4천만달러를 해외에 뿌렸다. 여행객이 씀씀이를 10%만 줄였다면 5억8천4백만달러를 아낄 수 있었다. 지난해 가구와 가전제품의 수입액은 각각 3억2천만, 16억6천만달러. 올해도 30% 이상 수입이 늘어날 전망이지만 10%씩만 소비를 줄이면 연간 2억달러의 외화를 주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우리국민이 생산활동과 직접 관련 없이 수입한 소비재는 모두 1백67억달러. 외화부도를 맞고 있는 종합금융사들이 연말까지 갚아야 하는 외화부채 60억달러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박래정·이진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