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승진 갈수록 힘들다…『어학능력 필수』평가시험 잇따라

  • 입력 1997년 11월 19일 20시 04분


「재계의 별」이라는 기업 이사가 되는 길이 날로 험해지고 있다. 과거엔 근속연수만 차고 일 잘한다 소리만 들으면 어렵지 않게 임원으로 올라갈 수 있었지만 요즘엔 시험과 자격증까지 요구되는 추세다. LG그룹은 24일 사장단 인사와 다음달 23일 임원인사를 실시하기에 앞서 이번 신규임원 승진부터 외국어 구사능력을 평가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LG그룹 한 관계자는 『이는 「세계화 전략수행에 임원의 어학능력이 필수」라는 구본무(具本茂)회장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어학능력이 달리면 사실상 임원승진은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영어의 경우 LG인화원에서 실시하는 어학능력테스트를 참고하고 나머지 외국어는 공인기관의 어학테스트 결과를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4월부터 「정보화자격증제도」를 도입, 70점 이상 받아야 상위직급으로 승진토록 하고 있는데 임원도 예외는 아니다. 이 때문에 간부급 직원들은 뒤늦게 컴퓨터 앞에 앉아 씨름하는 일이 비일비재다. 또 삼성의 전자계열 소그룹은 내년부터 부장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고도의 전문적 구매능력과 2개 이상 외국어 구사능력을 요구하는 「프로 바이어」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그룹도 현대자동차의 경우 부사장급 이하 임원들은 토익 6백점 이상이 되어야 승진이 되는 「토익패스제」를 올해부터 도입, 사실상 영어실력이 없으면 임원승진은 불가능해졌다. 대우그룹도 지난달 국내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올 연말부터 임원급인 이사부장 승진대상자를 대상으로 △토익 △그룹역사 △재무회계 △전산학등 4개 과목으로 진급평가시험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임원승진 평가제도에는 임원 수를 줄이자는 복안이 깔려있다』며 『그만큼 임원의 위상이 초라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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