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세술 관련서적 봇물…400여종 서점진열대에 빼곡

  • 입력 1997년 11월 6일 19시 41분


험난한 세상에서 성공을 거두거나 최소한 살아남기 위한 「비법」을 다룬 책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서울 교보문고에 나와 있는 처세술 서적만도 4백여종. 「손자병법」 같은 고전, 창업관련 서적, 개인의 성공담을 담은 책까지 합하면 6백종이 훌쩍 넘는다. 교보문고의 경제경영코너 처세술서적 담당 김현순조장은 『예전에는 30,40대 직장인이 주고객이었으나 요즘은 20대와 대학생까지 처세술 서적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하루에 팔리는 책만 1백∼1백50권. 출판평론가 김영수씨는 『명예퇴직과 정리해고로 인한 불안, 취업난, 일부의 「벼락성공」 신화가 처세술 서적 붐의 원인』이라고 분석하면서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외국서적을 번역해 안읽으면 도태될 것 같은 제목을 붙여 독자를 유혹하는 책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인기있는 처세술 서적들을 주제별로 소개한다. ▼직장에서 살아남기〓명예퇴직 등의 영향으로 조직내 생존전략을 담은 책이 올해초 잇따라 선보였다. 「명예퇴직 뛰어넘기」(양병무 지음·동아일보사) 「아이디어맨은 퇴직이 없다」(왕연중·을유문화사) 「살아남는 직장인의 7가지 특징」(사쿠마 요이치로·대교출판) 「선한 사람이 실패하는 9가지 이유」(듀크 로빈슨·창작시대사) 「추락에서 도약으로 시스템요법」(지민원·석필) 등이 이같은 계열. ▼리더십〓「위대한 리더십」(존 클레먼·현대미디어)「간부가 저지르는 101가지 치명적인 실수」(클레이 카·웅진출판사) 「성공하는 관리자를 위한 50가지 힌트」(이치가와 노보루·무한) 등이 나와 있다. 90년대 초 처세술 서적의 첫 베스트셀러로 등장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스티븐 코비·김영사)은 승진을 앞둔 샐러리맨의 필독서같이 된 책. 같은 저자의 「소중한 것을 먼저하라」도 잘 팔린다. ▼대인관계〓「사람의 마음을 여는 열쇠 8가지」(김인자·사람과 사람) 등 대인관계의 성공법을 제시하는 책들이 많다. 「성공하는 리더를 위한 유머기법 7가지」(김진배·뜨인돌)에서는 「웃기는 재주」도 처세술의 주요 덕목으로 등장했다. ▼한발 비켜서기〓은인자중(隱忍自重)을 권하는 책도 있다. 소동파의 태연자약의 철학을 가르치는 「회사를 그만둬서는 안됩니다」(시다 다다시·무당미디어), 김종필 자민련총재의 삶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성공의 법칙, 2등으로 살아라」(전윤호·천마)도 같은 맥락. 개그맨 전유성씨는 한술 더 떠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에서 「정신력만으로 되는 일은 없다」는 식의 역설적 처세론을 편다. ▼고전 재해석〓처세술의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책들. 「삼국지를 읽으면 사람이 보인다」(마쓰모토 가즈오·이목) 「명심보감으로 깨우치는 현대인의 지혜」(이춘배·가원) 「간신열전」(김영수·선녀와 나무꾼) 등. ▼연령대별 지침〓한창 잘 나가고 있는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 「3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나카타니 아키히로·홍익출판사)도 넓은 의미에서 처세술 서적이다. 〈박중현기자〉 ▼ 처세술은 만능인가 처세술에 대한 책이 쏟아져 나오고 강좌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강좌나 책마다 주장하는 내용이 다르고 상충하는 경우도 많다. 과연 처세술은 만능 해결사일까.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나미씨는 『학교에서 자기 표현이나 대인관계 스트레스관리 등 사회 적응에 필요한 실질적 교육을 거의 안하기 때문에 처세술에 대한 수요가 생기는 것』이라며 『책이나 강좌의 내용을 무조건 수용하기보다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러가지 모순되는 이야기 속에서 내게 맞는 것은 어떤 것인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 난세에 대응하는 처세술을 소개하는 「난세지략」을 펴낸 소설가 조성기씨는 『동양 고전에서 보여주는 처세술은 상대방도 잘 되고 나도 잘 되는 길을 강조하지만 서양에서는 남을 딛고 일어설 수도 있다는 마키아벨리즘적 처세술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며 『남이 말하는 처세술에만 기대기보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춰 응용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고미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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