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강사-동굴안내원 『추운데 휴가를 왜 가요?』

  • 입력 1997년 8월 12일 20시 38분


무더위가 싫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이들에게 일은 휴식이요, 출근이 곧 피서길이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수족관 「인어공주」 金賢貞(김현정·23)씨는 하루에 네댓번 23도의 대형수조에서 바다표범 5마리와 헤엄치는 것이 일과. 『여름만 되면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는 김씨는 『휴가를 가서도 일터가 그리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올 여름은 유난히 따뜻한 것 같다』고 능청을 떠는 張喜廷(장희정·24·여)씨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 실내스케이트장 강사. 『나도 모르게 「춥다」는 말을 자주해 「누구 약올리는 거냐」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고 한다. 여름이 겨울보다 추운 얄궂은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충북 단양군 고수동굴 안내인 9명은 사시사철 두꺼운 겨울잠바를 입고 지낸다.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뾰족뾰족한 종유석,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를 서늘한 동굴바람. 12∼14도의 동굴 안에 있다 보면 몸이 저절로 떨린다. 이 동굴 관리사무소 申洪植(신홍식)총무과장은 『20대 초반의 여성 안내인들이 혹시 냉병에라도 걸릴까봐 매일 두세번 근무위치를 바꾼다』고 전했다. 동부전선 해발 1천7백m에 자리잡은 공군레이더기지는 복더위도 넘볼 수 없는 「서늘함의 요새」. 한여름 평균기온 20도. 장병들은 요즘도 겨울잠바를 입는다. 이 부대 최모하사(24)는 『휴가갈 때마다 먼저 「도시 날씨」를 알아 보고 입고 갈 옷을 정한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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