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참사]『효도여행길에 무슨 날벼락』유가족 통곡

  • 입력 1997년 8월 6일 20시 29분


6일 새벽 괌에서 추락한 대한항공 보잉747 여객기 탑승객 중에는 가족단위로 휴양지를 찾아가던 여행객들이 유난히 많았다. 이가운데는 특히 부모를 모시고 해외로 효도여행을 나섰다 불의의 참변을 당한 경우도 있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李慶韓(이경한·32·회사원)씨는 평생 해외여행 한번 못한 노부모를 모시고 여름휴가를 해외에서 보내려다 참변을 당했다. 이번 여행길에 부모인 李聖澈(이성철·68) 宋秉媛(송병원·61)씨 부부, 처 朴素賢(박소현·28)씨 외동딸 朱喜(주희·3)양, 누나 惠京(혜경·34)씨와 어린조카 金弘宙(김홍주·5)군 등 일가족 8명이 동행했다. 아버지 성철씨와 숙부 경철씨(60·사업)는 두가족이 서울 강서구 목동의 한집에 모여 대가족을 이루고 살아 주위에서 「형제간의 우애가 깊은 집안」이라는 부러움을 사던 터였다. 이날 대한항공 유족대책본부 사무실에서 가슴죄며 가족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던 경철씨는 『하루 아침에 모든 혈육이 사라졌다』면서 털썩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鄭潤(정윤·42·건축기사·경기 분당구 서현동)씨 일가족은 15년동안 해외근무를 하다 돌아온 처남의 귀국을 축하하기 위해 10명이 「가족여행」을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이번 여행은 처남 이동훈씨(38)가 D그룹 미국지사에서 근무하다 15년만에 돌아오자 『처남도 귀국했고 아버님 환갑도 얼마 안남았으니 해외로 가족여행을 가자』는 정씨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정씨는 음대에서 강의하는 부인 이혜리씨(36)와 딸 수빈양(10) 아들 영빈군(4) 장인 이영상씨(62) 장모 유숙자씨 그리고 처남 이씨부부와 이씨의 딸(아니카) 아들(희진)등과 함께 돌아오지 않는 비행길에 올랐다. 정씨의 여동생 혜영씨(42)는 『오빠는 평소 술 담배도 하지않고 항상 일찍 귀가하는 등 집밖에 모르는 모범적인 가장이었다』며 『처가 식구들을 사랑한 것이 무슨 죄가 된다고 하늘로 데려가느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맞벌이 부부가 양가부모를 모시고 7명이 효도관광길에 나섰다 참변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거평그룹 기조실에 근무하는 李廷煥(이정환·34·서울 강동구 상일동)씨는 부인 金美姬(김미희·32)씨와 딸 나라양(5), 부모 이판석(58·광주 남구 봉선동) 정소희씨(55), 장인 김재성(60·광주국제고 서무과장·광주 북구 용봉동) 장모 임봉덕씨(55)등과 함께 결혼후 처음으로 해외여행에 나섰다 사고를 맞았다. 광주에 있는 가족들은 오전에 김재성씨, 오후에 이판석씨의 생존사실을 확인했으나 나머지 5명은 별다른 소식이 전해지지 않아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정환씨의 동생 善兒(선아·26)씨는 『오빠가 당초 하와이로 여행을 가려고 했으나 비자가 나오지 않아 괌으로 떠났는데 이런 변을 당할 줄이야…』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한달에 한번씩 만나 저녁을 함께 먹을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던 양가. 이들 일가족이 변을 당하자 친지들은 『마른 하늘에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느냐』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리호갑·정위용기자·광주〓정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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