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씨 「정치인」에 화났다…몸짓으로 뇌물 입증해줘

  • 입력 1997년 6월 25일 20시 18분


입이 무거워 「자물통」이라던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이 「떠버리」로 변신했다. 정씨는 자신이 돈을 준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뇌물을 준 사실을 적극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는 『정치인들이 수사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진술까지 해 정치인들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근 수사기록을 받아본 정치인들의 변호인들은 적지않게 당황해하고 있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수사기록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4월11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조사실로 소환돼 조사받는 과정에서 정치인들에 대한 뇌물전달 사실을 상세히 진술했다. 정씨는 특히 국민회의 金相賢(김상현)의원에 대해서는 『96년9월19일 李龍男(이용남)사장을 시켜 국정감사를 앞두고 한보관련 자료요청을 한 김의원에게 5천만원을 주었다』고 밝혔다. 그는 김의원의 「직무관련성」까지 말해주었다. 정씨는 또 『돈의 출처는 어디냐』는 검사의 질문에 『비상시에 대비해 사무실 캐비닛에 수억원 정도의 현금을 늘 준비해두고 있으며 그중에서 5천만원을 꺼내 김의원에게 전달토록 했다』고 대답했다. 진술의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자신의 「사업비밀」까지 털어놓은 것. 정씨는 또 실어증에 걸려 말하는 것이 어려웠는데도 불구하고 손짓과 몸짓까지 써가며 뇌물전달 사실을 진술했다. 정씨는 돈받은 사실을 부인하는 文正秀(문정수)부산시장에 대해서도 『한보철강 부산공장에서는 공해물질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부산시장에 출마한 문후보에게 돈을 주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문시장을 사전수뢰죄로 기소하는데 필요한 「청탁관계」를 입증해준 것. 〈이수형·공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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