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권씨 치사사건 전말]『프락치 몰려 피살』사실로

  • 입력 1997년 6월 18일 20시 07분


지난달 27일 전남대 구내 李鍾權(이종권·25)씨 치사사건은 주범 3명이 잇따라 검거됨으로써 그동안 경찰의 정황추정과 참고인 진술로만 알려졌던 범행의 윤곽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 범행 ▼

지난 16일과 17일 사이 검거되거나 자수한 남총련의 張亨旭(장형욱·25·정책위원) 全炳模(전병모·24·기획국장) 李承哲(이승철·24·투쟁국 간부)씨 등의 진술에 따르면 「사건 전모」는 다음과 같다.

이종권씨는 지난달 9일 전남대 「용봉문학회」에 「박철민」이란 가명으로 가입, 활동하다 이 동아리회장 구모양(19·역사교육·구속)에게 프락치로 의심받아 지난달 26일 오후 8시반경 남총련에 넘겨졌다. 남총련의 이승철씨 등 4명은 이종권씨를 인계받아 전남대 제1학생회관 2층(일명「남총련방」)에서 이씨에게 2시간 이상 「프락치」자백을 강요했다.

이씨는 남총련 간부들의 주먹과 발길질을 견디지 못해 허위자백서까지 쓴 끝에 이튿날 새벽 3시20분경 가슴을 움켜쥐며 실신했다. 남총련 간부들은 실신한 이씨에게 황급히 약을 먹이고 인공호흡을 시도했으나 소생하지 못했다. 이 대목과 관련, 전남대 법의학팀은 『실신 직후 알약을 먹이지 않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다면 소생가능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 수사 ▼

이번 치사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학생은 18일현재 모두 6명. 이씨를 프락치로 의심해 이승철씨에게 인계한 용봉문학회장 구양과 사망후 「대책회의」에 참가한 具光植(구광식·25·전남대 총학섭외부장) 曺東鎬(조동호·24·〃 연대사업국장)씨 등 3명은 상해치사방조 및 범인은닉 등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은 폭행에 직접 가담한 이승철 전병모 장형욱씨 등 3명에 대해서는 고의성이 강하다는 점을 인정, 형량이상대적으로 무거운상해치사혐의를적용했다.

경찰은 △남총련의장 鄭倚讚(정의찬·24·구속)씨 등 배후조종혐의자 4명 △전연진씨(전남대 투쟁국장) 등 상해방조 및 은폐가담자 7명 △전남대 「오월대」대장 최석주씨(22) 등 폭행가담자 4명을 포함해 관련자가 15명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대책회의」에 한총련 고위간부 1명이 참석했고 △전남대 총학생회장이 「한총련」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점 등으로 미뤄 한총련 지도부가 이 사건에 대해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 남총련의 진로 ▼

80년대 이후 전국 학생운동권의 핵심으로 부상한 남총련은 이번 사건으로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졌다.

지난달 호남지역 9개 대학이 잇따라 남총련을 탈퇴하는 상황 속에 이번 사건이 발생, 남총련은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광주〓정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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