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배후수사]「얼굴없는 지도부」가 조종

  • 입력 1997년 6월 11일 19시 58분


한총련의 과격폭력시위는 한총련을 뒤에서 움직이는 「얼굴없는 지도부」의 왜곡된 현실인식 때문인 것으로 공안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한총련을 실질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지도부는 의장 등 공개된 간부들이 아니라 30명 정도의 비공개 간부들인 것이다. 한총련의 사실상 지도부인 중앙집행위원회 조국통일위원회 정책위원회 등은 모두 비공개 간부들로 구성돼 있다. 한총련의 전신인 80년대의 전대협도 비공개 간부들이 움직였으나 전대협의 비공개 간부들이 재학생이었던 것과는 달리 한총련의 비공개 간부들은 거의 이미 대학을 졸업했거나 제적당한 사람들이다. 경찰이 파악한 30여명의 한총련 비공개 간부는 전원 89년에서 92년 사이 대학에 입학한 사람들로 졸업한지 이미 4,5년이 넘은 상태다. 특히 중앙집행위원 등 한총련내 실세 간부들의 경우는 대학 재학시 총학생회나 한총련 지역총련 등에서 임명직 간부를 지내야 하고 졸업후 직업을 갖지 않아야 하며 기존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하는 등 자격요건과 선임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비공개 간부들이 이런 「직업운동가」로 나서는 데는 물론 시위로 인해 투옥된 전력 때문에 일반기업 등에 취업이 되지 않는 것도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비공개 핵심간부들은 재학생과 연령차가 크고 직업운동가의 성격이 강해 80년대처럼 투쟁목표나 방식을 활발한 토론에 의해 결정하기보다는 일방적 지시에 의존하게 된다. 따라서 80년대에는 전대협 등이 일반학생들의 정서를 크게 벗어나지 않음으로써 암묵적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한총련은 일반학생들의 정서와 거리가 먼 극단적 투쟁으로 치닫게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이는 또 조국통일위원회나 투쟁국 등의 힘을 과거보다 크게 강화해 학생운동이 이론보다는 투쟁에 치중하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현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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