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공판］『폭탄발언 일단잠수』…검찰 불안한 자신감

[서정보기자] 31일 열린 한보사건 2차 공판에서 한보그룹 총회장 鄭泰守(정태수)피고인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이 준비부족 등의 이유로 연기됨에 따라 정씨의 대선자금 및 정치자금 제공관련 「폭탄선언」가능성은 일단 현실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정씨가 어느 한순간 모든 것을 폭로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상당히 신경쓰는 분위기다. 정씨의 폭로가능성에 대해 검찰은 공식적으로는 정씨가 뭔가를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모두 털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의 자신감은 정씨가 대선자금이나 정치자금을 털어놓는다고 해도 그것이 자신에게 결코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씨가 재판과정에서 대선자금 등을 폭로하면 폭로 대상자를 파멸시킬 수 있지만 정씨 자신도 뇌물제공이나 정치자금법위반 등의 혐의가 추가돼 선고형량만 무거워질 뿐 아무 이득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 정씨가 만약 재기를 노린다면 「폭탄선언」을 유보해야 나중에라도 힘을 쓸 수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대검의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현재 한보재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만의 하나 돌발사태가 발생한다면 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태수 리스트」 같은 것이 폭로되면 은행대출경위와 비자금 사용처 규명을 위해 착실하게 진행중인 수사가 한꺼번에 엉클어지면서 또다시 수사가 여론에 끌려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 즉 정씨가 검찰조사에서 비자금 관련 부분을 털어놓는다면 검찰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재판정이나 국회 청문회 같은 공개석상에서 폭탄발언을 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검찰의 입장이 매우 곤란해 진다는 것이다. 이런 미묘한 분위기속에서 「입을 열면 불리하다는 것을 알 것」이란 내용의 메모가 대검의 한 간부 방에서 발견된 것도 검찰로서는 무척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메모의 내용은 「입을 열면 불리하다는 것을 알 것」으로 되어있어 얼른보면 검찰이 변호인을 통해 정씨가 재판정에서 입을 다물도록 압력을 넣은 것처럼 되어있다. 검찰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메모는 국회에 파견된 직원과의 전화통화를 받아적은 것』이라며 『한보특위의 국회의원들이 초기수사과정에서 검찰과 정씨의 이같은 묵계가 있었는지 질문할지도 모른다는 정보보고를 메모해놓은 것일 뿐』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정씨의 흉중에 무엇이 있는지 아직 자신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검찰은 재판이 무사히 끝난 뒤에라도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