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실무자들 『한보대출 반대 행장-임원이 묵살』

  • 입력 1997년 3월 30일 20시 03분


한보철강에 대한 대출과정에서 시중은행 대출담당 실무자들이 지난해 초부터 추가 대출이 나가는 것을 극력 반대했으나 은행장과 임원에 의해 묵살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한보에 대한 부실대출은 鄭泰守(정태수)한보총회장→洪仁吉(홍인길)전 청와대 총무수석→韓利憲(한이헌) 및 李錫采(이석채)전 청와대 경제수석→은행장→은행임원→담당실무자에게로 내려가는 사실상의 「상명하달(上命下達)」에 의해 이뤄졌음이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 한보특혜비리사건을 재수사중인 대검 중수부는 30일 제일 조흥은행 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 한보철강에 대한 대출심사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으며 실무자들의 반대의견이 무시된 채 윗선에서 일방적으로 대출을 결정했다는 진술을받아냈다고밝혔다. 지난해 한보철강 대출심사를 맡았던 제일은행 심사역 김모씨와 안모차장은 검찰에서 『한보철강의 부채비율이 급증해 대출이 어렵다는 생각이었으나 대출담당임원인 朴錫台(박석태)상무가 「이사회에서 이미 결정이 났다」고 말해 대출 적격의견으로 심사의견서를 작성해 올렸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 박석태상무는 『대출 당시 한보철강의 부채가 자본금의 세배가 넘어 마음속으로는 대출금상환을 걱정했다』며 『그러나 밀어붙이기식으로 한보철강을 지원해준 李喆洙(이철수)행장 앞에서 그런 설명을 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조흥은행의 경우도 대출담당 실무자들이 지난해 초부터 한보측의 추가대출요구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었으나 초기대출때 담보로 잡은 열연공장 부지의 담보가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로 대출을 해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최영훈·김정훈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