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중수부장 경질배경]「小山」수사 정면돌파 의지

  • 입력 1997년 3월 22일 08시 12분


법무부가 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 수사책임자인 崔炳國(최병국)대검중수부장을 21일 전격교체한 것은 이번 수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씻기 위한 「고육책」으로 볼 수 있다. 일반사건에서도 주임검사 교체가 흔치 않은 검찰내부의 관행에 비춰 볼 때 대형수사가 진행중인 와중에 수사책임자를 전격교체한 것은 검찰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선례가 있다면 지난 81년 저질연탄사건 수사로 「연탄파동」을 초래한 책임을 지고 수사팀이 좌천당한 것과 87년 朴鍾哲(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당시 서울지검에서 수사를 하다가 대검중수부로 수사팀을 교체한 일이 있을 뿐이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중수부장 교체이유에 대해 『대검중수부가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단시일내에 상당한 수사성과를 올렸으나 수사외적인 요인에 의해 제기된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는 『검찰내부의 의견수렴결과와 건의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최중수부장의 교체는 기본적으로 崔相曄(최상엽)법무장관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최장관은 그동안 金起秀(김기수)검찰총장과 함께 여러차례 이 문제를 논의한 끝에 2,3일전 중수부장을 교체하기로 최종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사건 수사에 있어서는 수사도 중요하지만 수사결과를 놓고 국민들을 충분히 납득시키는 문제 역시 매우 중요한데도 최중수부장이 이 점에 있어서한계를드러냈다는 것. 더욱이 독일 SMS사로부터 2천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 등 코앞에 닥쳐있는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의혹사건을 처리하기에는 PK(부산 경남)출신의 최중수부장을 간판으로 내세워서는 대국민 설득에 어려움이 많다는 판단도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중수부장에 전형적인 특수수사통인 沈在淪(심재륜)인천지검장을 임명한 것도 「현철씨 수사」라는 검찰의 사활이 걸린 과제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한편 이날 오전부터 청와대와 여권에서 수사팀교체설이 공공연하게 나돌면서 검찰내부 분위기는 침울하다 못해 격앙된 모습까지 나타났다. 검찰이 갖고 있는 모든 「존안자료」(고위공직자나 정치인들에 대한 비리정보자료)를 공개 해야한다며 분개하는 검사도 있었다. 이들은 『중수부장을 교체할 경우 검찰이 수사를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잘못을 인정한 것처럼 보이고 교체된 수사팀이 뭔가 성과물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 분위기와 관계없이 정치논리와 여론에 밀려 수사팀교체와 재수사라는 결론이 난데 대한 일선 검사들의 수뇌부에 대한 반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영훈·김정훈기자〉 [검찰표정] ○…법무부는 21일 대검 중수부장의 전격교체가 청와대와 여권의 「압력」에 따른 조치나 문책성 인사로 비춰지지 않도록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역력.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검찰 간부들의 의견을 수렴한 검찰총장의 건의에 따라 장관이 검토해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상적인 검찰인사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음을 유난히 강조. 이 관계자는 『사시 9회 출신인 崔炳國(최병국)중수부장이 사시 7회인 沈在淪(심재륜)검사장과 자리를 맞바꾼 것이기 때문에 결코 문책성 인사는 아니다』며 군색한 변명. ○…崔相曄(최상엽)법무부장관은 이날 오전 朴舜用(박순용)검찰국장과 洪錫肇(홍석조)검찰1과장을 불러 수사진 교체와 이에 따른 검찰내부에 미칠 파장 등에 대해 장시간 숙의했다는 후문. 최장관은 국민들의 검찰을 불신하는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수사진 교체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검찰 내부의 사기문제 등을 고려, 수사책임자인 중수부장만 바꾸는 쪽으로 수사진 교체 방향을 잡았다는 것. ○…서울지검 각 부장들은 이날 오후 5시경 차장실로 불려가 중수부장 교체사실을 통보받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휘하 검사들을 모두 불러 『절대 동요하지 말라』고 주문. 그러나 서울지검 한 중견검사는 『이번 조치가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하지만 올바른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며 『중수부장 교체는 가뜩이나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검찰을 「부관참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 ○…영장실질심사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온 법원과 검찰은 朴泰重(박태중)씨의 압수영장발부 사실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심동체로 「오리발」작전을 전개. 대검 수사관 1명은 이날 오전 10시 정각 영장과 수사기록을 빨간색 백화점 쇼핑백에 넣어와 영장계 장부에 기록하지도 않고 『발부 후 4시간만 보안유지해달라』며 직접 서울지법 11층 영장판사실에 접수했으며 辛亨根(신형근)영장전담판사는 낮 12시반경 영장을 발부. 영장계 직원들은 영장이 발부된지 1시간반이 지난 오후 2시에야 『영장이 지금 들어왔다』며 연막을 폈고 신판사는 검찰이 사실을 실토한 오후 4시경까지도 『다른 사건이 너무 많아 일과 후에 검토, 결정하겠다』며 검찰보다 보안유지에 신경. ○…대검 중수부3과 소속 수사관 4명은 이날 오후 2시반부터 3시간여 동안 심우 사무실에서 문을 걸어잠근 채 압수수색을 실시. 검찰 관계자는 『도착당시 이미 사무실 안쪽 책상밑에 쇄절기에 의해 파기된 서류조각들이 높이 50㎝ 가로 20㎝ 세로 30㎝크기의 상자에 가득 담겨 있었다』고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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