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동권 「캠퍼스지키기」…남총련집회 막으려 인간띠행사

  • 입력 1997년 3월 12일 20시 10분


『우리의 캠퍼스는 결코 남총련의 집회장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12일 오후1시반경 광주 광산구 서봉동 호남대 제2캠퍼스 도서관 앞에서는 「학교지키기를 위한 인간띠 잇기」라는 이색적인 행사가 벌어졌다. 대학생 1백50여명은 「7천 학우는 남총련 집회를 원치않습니다」 「학우 여러분 침묵하는 자의 힘을 보여줍시다」 등의 플래카드를 앞세웠다. 또 팔목에 파란띠를 매고 손을 맞잡은 채 길게 늘어섰다. 몇몇 교수들도 80년 5.18민주화운동이후 처음 보는 광경에 다소 감개어린 표정으로 학생들의 뒤편에 서서 행사를 줄곧 지켜봤다. 남총련은 이날 호남대 교정에서 지난 87년3월 서울 세종로에서 미군철수 등 구호를 외치며 분신자살한 이 대학출신 표정두씨의 10주기를 기념하는 「10만학도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광주지역에서 이례적으로 비운동권출신이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호남대총학생회(회장 김성훈·26·무역4)는 「학내 면학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로 남총련의 집회요구를 거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총련이 강행의사를 계속 고집하자 자구책으로 「인간띠 잇기」행사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김회장은 『우리 캠퍼스가 남총련의 의식화 조직화의 장이 되게 할 수 없다』며 『남총련처럼 조직적이지 못하지만 우리 스스로 학교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결국 경찰의 사전 검문검색으로 남총련학생들이 호남대 구내에 들어오지 못해 운동권과 비운동권학생들 사이에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교수들은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비운동권학생들의 남총련에 대한 「저항」은 학생운동의 「메카」로 자리잡아온 광주에 충격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주〓정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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