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특별취재반] 25일로 망명요청 2주일째를 맞은 북한노동당 黃長燁(황장엽)비서는 한국대사관 영사부건물에서 전과 다름없이 「초조한 생활」을 하고 있다. 황비서는 지난 12일 영사부에 찾아온 이후 줄곧 독서와 명상 집필로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때 앰뷸런스가 동원되고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영사부에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돼 건강악화설이 나돌기도 했으나 황비서는 비교적 건강한 상태라고 영사부 관계자가 전했다. 오히려 함께 망명요청을 한 수행원 金德弘(김덕홍)이 지병으로 인해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74회 생일을 맞은 황비서는 우리측이 준비한 연어회를 맛있게 먹었으며 식사는 그동안 모 한국음식점에서 주문해 먹었으나 언론에 노출되는 바람에 대사관직원이 집에서 직접 준비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면시간이 하루 4시간 안팎에 불과한 황비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독서와 집필로 보내고 있다. 우리측에서 요청하는 내용이외에 자신의 심경 등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 처음엔 일절 외부소식에 신경을 쓰지 않았으나 최근엔 한국신문과 TV 등을 통해 鄧小平(등소평)사망 등 바깥 사정도 전해듣고 있다. 하루종일 자신의 방에서 지내는 황비서는 가끔 화장실에 갈때만 복도로 나오고 있으며 이때 영사부 직원들과 마주치면 가벼운 목례를 건네는 정도.
황비서의 서울행이 조만간 실현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영사부주변은 언제 어떤 방법으로 황비서가 떠날는지에 대해 추측이 만발하고 있다. 최근 통제구역이 더욱 넓어지고 장갑차가 3대에서 5대로 늘어나는 등 경비가 강화되고 있는 것도 황비서 빼돌리기 작전이 임박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 날짜와 관련, 등소평장례기간이 25일로 끝나고 3월1일부터는 정기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가 개막되기 때문에 26∼28일 사이에 D데이가 잡혀있으며 대한항공 특별기가 투입될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