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한영씨 피격 중태…北 고정간첩 보복테러인듯

  • 입력 1997년 2월 16일 14시 33분


이한영씨
【분당〓朴鍾熙·宋相根·洪性哲기자】 북한의 黃長燁(황장엽)노동당 비서의 망명으로 전국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서방으로 망명을 시도했던 金正日(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의 조카인 이한영씨(36)가 15일 밤 괴한 2명에게 총격을 받았다. 이씨는 인근 분당차병원으로 옮겨져 총탄제거수술을 받았으나 위독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이날 오후 9시52분경 자신이 임시로 머물고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현대아파트 418동 1402호 앞에서 40대후반의 괴한 2명에게 왼쪽 관자놀이에 두발의 총격을 받았다. 이씨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전원빌라를 갖고 있으나 자신이 이전에 살았고 현재는 한양대 재학시절의 선배 김장현씨(한양대 직원)가 살고 있는 1402호에서 10일전부터 임시로 함께 지내고 있었다. 맞은편인 1401호 주인으로 사건현장을 목격한 박종은씨(46·분당구 이매동 생명교회집사)는 『이씨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갑자기 2명의 남자가 달려들어 한명은 이씨를 붙잡고 다른 한명은 이씨의 왼쪽 귀 윗부분에 2발의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범인들이 총격을 가한 후 곧바로 달아났다고 밝혔다. 김장현씨의 부인 남상현씨(44)도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비디오폰으로 내다보니 40대가량의 범인 2명이 이씨에게 총을 겨누다가 쏘았다』고 말했다. 남씨는 『놀라 밖으로 뛰어나가니 이씨가 손가락 2개를 펴보이며 「간첩」이라고 말한 뒤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수거한 2개의 탄피를 감식한 결과 남파간첩이 소지하는 벨기에제 브라우닝 권총의 탄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사건을 황비서의 망명에 따른 북한 고정간첩의 보복테러로 보고 있다. 이씨는 북한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의 조카로 지난 82년 한국에 망명했다. 이씨는 모스크바 유학 중 동유럽과 핀란드 등을 여행하면서 미국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스위스 제네바 주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한국으로 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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