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國難」각계의견]『덮을 생각하면 정말 큰일난다』

  • 입력 1997년 2월 12일 20시 23분


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에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측근들이 개입됐음이 점차 드러나면서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권력핵심의 부정부패에 국민들은 충격과 분노로 떨고 있고 문민정부의 도덕성은 땅바닥에 떨어졌다. 이 「국가적 위기」를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 각계인사들은 문민정부가 이번 한보사태를 해결하려면 성역없는 수사와 관련자들의 엄중처벌, 김대통령의 진정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高興門(고흥문)전국회부의장〓이 사건을 하루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조기수습하지 않으면 경제가 더 나빠질 것이다. 현재 국민적 관심사는 대출압력을 행사한 진짜 배후가 누구냐는 것이다. 장관이나 은행장의 힘만으로 5조원의 돈이 한보로 나갔다고 보기 어렵다. 검찰은 대출의 배후를 빨리 밝혀내고 사건을 종결해야 한다. 여야도 시급히 국회차원의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 ▼金日秀(김일수)고려대법대학장〓김대통령의 국정장악능력 부족과 행정경험이 없는 가신위주의 인사정책이 부패의 온상을 만들었다고 본다. 검찰 체질상 대출외압의 실체 등을 완전히 밝혀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법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최소화하되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계속 추궁해야 할 것이다. ▼金光雄(김광웅)서울대교수〓문민정부가 도덕적으로 가장 타락한 정부라는 사실이 드러나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상실감을 안겨줬다. 자신만 깨끗하면 된다는 생각은 대통령의 착각이었으며 최측근들이 부정을 저지른 일은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 대통령은 우선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성역없는 수사를 통해 관련자 모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 새로운 도덕정치로 남은 임기를 마무리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끝없는 수렁에 빠져들 것이다. ▼김주영씨(작가)〓비록 대통령의 결백주장이 있었지만 대통령의 손발로 불리는 가신과 측근들이 사건에 연루된 점, 사실여부를 떠나 대통령의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모습 등을 보면 무척 실망스럽다.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앞에 나서서 깨끗하게 사과하고 동시에 어떤 아픔이 있더라도 엄정하고 과감한 수사와 처벌의지, 솔직한 의사표시로 남은 1년의 국정수행에 투명성을 획득해야 한다. ▼서울지법 K판사〓이번 사건은 정치권과 관계가 금융계에 대해 인사권과 정책결정권 등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관치금융」의 구조적인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또 정치자금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법적인 대가를 주지 않고서는 정치자금을 받을 수 없는 정치권의 구조적 비리가 터진 것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규명하지 않는다면 다음 정권에도 막대한 부담이 되는 만큼 검찰은 권력으로부터 중립성을 갖고 성역없는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특별검사제의 도입도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李世中(이세중)전대한변협회장〓문민정부는 출범초기 강력한 개혁과 사정작업으로 온 국민으로부터 폭발적인 지지와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집권초기의 개혁의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흐트러지더니 끝내는 이번 한보사태와 같은 단군이래 최대의 부정부패 사건으로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안겨주고 있다. 대통령은 한보사건의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하도록 강력한 의지를 보여 관련자는 어느 누구라도 법의 제재를 받도록 하고 문민정부 초기의 자세로 돌아가 법과 제도의 개혁에 다시 나서야 한다. 만약 성역없는 수사와 처벌로 국민의 의혹을 말끔히 씻어내지 못한다면 지난 87년 6월항쟁과 같은 격렬한 저항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崔禹錫(최우석)삼성경제연구소장〓정 관 재계의 부정부패뿐 아니라 무책임한 행정이 빚어낸 사건이다. 현재 수사가 뇌물을 받은 인사의 법률적 책임만 추궁하고 있지만 돈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정부당국의 행정적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행정적 책임도 명백히 가려야 한다. 또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한보철강을 살릴 것인지의 여부를 정확하게 진단해 금융문제 해외신용도문제 등 대내외적인 파문을 수습해야 한다. 여야는 감정싸움만 하기 보다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 ▼李京雨(이경우·중소기업인)씨〓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상상도 못할 검은 돈이 오간 사건이다. 이는 경제력집중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닌 사회시스템의 문제다. 정부는 지금까지 개혁을 외쳤지만 부패고리가 여실히 드러났다. 검찰은 모든 소문을 축소하지 말고 한점 의혹이 없게 수사해 정치 금융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씻어줘야 한다. 또 경제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벌기업에 집중돼온 각종 금융지원을 중소기업에 분산시키는 등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을 취해야 한다. <이영이·문철·이명재·이광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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