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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7년 2월 9일 2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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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살쯤 되는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오던 젊은 주부가 자신이 탈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자 갑자기 뛰어와 버스를 타려고 했다. 그러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나이든 아주머니가 제지했다.
『아이가 지켜보고 있는데 부끄럽지도 않아요. 자식을 생각해서라도 질서를 잘 지켜야죠』
미국 뉴저지주 린드버그시 린드버그유치원. 수업이 끝나 텅빈 교실에서 제임스(5)대신 제임스 엄마가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고 있다.
제임스는 며칠전 야외학습을 나갔을 때 먹고난 과자종이를 아무데나 버리고 그네를 계속 타겠다고 고집을 부리다 몇 차례 야단을 맞았다. 그런데도 제임스는 오늘 수업시간에 떠드는 바람에 또다시 주의를 받았다.
이 유치원에선 어린이가 계속 말썽을 부리면 이렇게 아이가 보는 앞에서 20∼30분씩 엄마를 혼낸다.
신디 테일러교사(37)는 『나때문에 엄마가 창피를 당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된다』고 설명한다.
가정과 유치원을 세상의 전부라고 여기는 어린이들에게 세상에는 가족과 친구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으며 낯모르는 그들에 대해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깨우쳐주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서양 가정과 유치원에서는 말보다는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반복적으로 단체생활의 규칙을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어길 때는 여러가지 불이익을 준다. 질서를 어지럽히면 결국 나 자신도 피해를 본다는 사실을 알게 하려는 의도다.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1학년인 임하은양(8)은 지난 93, 9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근교 앤시노시(市) 유치원에 다니면서 축구를 하던 때가 그립다. 『여자아이가 웬 축구』냐고 하겠지만 하은이는 축구연습만큼은 빠진 적이 없다.
미국 동네에는 어린이축구교실이 꽤 많다. 유치원생부터 고교생까지 방과후에 일주일에 두 번 공원이나 학교운동장에서 연습을 하고 토요일이면 편을 갈라 시합도 한다. 블루앤젤팀에 속한 하은이는 동네 대항 시합에도 여러 번 나갔다.
그렇지만 이 시합에는 골키퍼도 없고 득점계산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긴 팀도 없고 진 팀도 없다.
사회구성원으로서의 팀워크를 가르치자는 것이 동네축구교실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형태의 축구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코치역할까지 맡는 사람은 바로 어머니들. 그래서 「사커 맘」(축구 엄마)이라는 신종단어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야외활동이나 견학도 공공질서를 익히고 체험하게 하는 좋은 기회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근교에 있는 조라 키부츠내의 사비온유치원은 한 달에 두 번 있는 야외학습시간에는 반드시 세 명씩 짝을 지어 손을 잡고 다니도록 한다.
『행동이 산만한 아이와 얌전한 아이를 짝지어 주거나 친한 아이들끼리 짝을 맺어주면 일일이 교사가 참견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알아서 질서를 지킨다』는 것이 루티 주르 교사(30)의 말이다.
심지어 프랑스에선 박물관이나 시청 등 공공건물을 견학할 때는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거나 흩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끈 등을 이용, 기차놀이를 하는 것처럼 아이들을 한꺼번에 몰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