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수사 파장]검찰 『내입으론 말못할 거물 포함』

  • 입력 1997년 2월 4일 20시 34분


현직 은행장 2명을 포함한 전현직 은행장 3명이 4일 검찰에 전격 소환됨으로써 한보특혜대출의혹사건의 파문이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93년초 문민정부 출범 직후 대대적인 사정(司正)이 벌어졌을 때도 은행장 3명이 한꺼번에 검찰청사에 불려간 적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는 은행장들의 형사처벌에 그치지 않고 관계(官界)와 정치권으로까지 확대될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우선 은행장들에 대한 조사결과 한보철강에 거액의 대출을 해주도록 압력을 행사한 고위관료나 거물 정치인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은 검찰조사에서 대출과 관련해 거액의 커미션을 받거나 압력을 행사한 상당수의 인사들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총회장이 검찰조사에서 자신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진술한 정 관계 인사는 무려 50여명이나 된다』고 전했다. 정총회장이 스스로 밝힌 「정태수 리스트」에는 거액의 대출커미션을 받은 은행장 고위관료 여권실력자 등 쟁쟁한 인사들에서부터 떡값 명목으로 5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받은 여야 국회의원과 중하위 공무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정총회장이 진술한 사람중에는 내 입으로 누구라고 말할 수 없는 거물급 인사도 포함돼 있다』며 『이번 수사가 마무리되면 정계개편이 불가피할지도 모른다』고 말해 이런 추측을 강하게 뒷받침했다. 그만큼 이번 「한보태풍」의 위력은 초대형이라는 것이 검찰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의지는 전례없이 단호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범죄혐의가 인정되면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방침이 서 있다는 崔炳國(최병국)대검중수부장을 비롯한 검찰 고위관계자들의 일치된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은행장들만 형사처벌해서는 이번 사건의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민도 납득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이상 갈데까지 간다는 각오가 돼 있다는 것. 검찰관계자들은 이날 소환된 은행장들을 형사처벌하는 것도 큰 사건이지만 은행장 처리 이후의 상황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이날 검찰에 소환된 2명의 현직 은행장의 경우 모두 억대의 대출커미션을 받은 혐의가 명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전현직 은행장들도 정총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는 포착됐지만 대출커미션 성격보다는 연말이나 명절때 떡값 명목으로 받은 돈이 모두 합쳐서 수천만원이라는 점에서 1차 소환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찰관계자는 『정총회장으로부터 최고 수십억원을 받은 인사도 있고 수억원을 받은 인사도 여러명』이라며 『대출과정의 의혹을 밝히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곁가지에 해당하는 부분은 아직 일일이 조사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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