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부도]법규정 어긴 거액 피해자 『벙어리 냉가슴』

  • 입력 1997년 1월 31일 20시 09분


【당진〓李基鎭·池明勳기자】 한보철강 부도로 수백억원대의 피해를 보고도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규정을 어기고 어음을 할인해준 충남 당진지역 일부 신용협동조합 및 마을금고와 지역사채업자 그리고 불법하도급을 받은 지역 건설업체들이 그들. 이들은 자신들의 불법때문에 「바람피우다 불량배에게 두들겨 맞은 경우」처럼 드러내놓고 문제제기는 커녕 피해신고조차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31일 당진지역 금융계에 따르면 외부자 거래 및 어음할인을 금지한 관련규정을 어기고 한보 협력업체에 어음을 할인해준 신협과 마을금고는 2,3곳. 이들 제2금융기관은 지난해 11, 12월에 집중적으로 어음을 할인해 2백억원 정도를 물린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지난해 10월부터 나돈 「한보위기설」에 발빠르게 대응, 어음할인을 꺼리자 한보 협력업체들이 신협 마을금고 등으로 몰렸기 때문.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들 신협이나 마을금고가 일반 대출보다 4%정도 높은 이윤에 집착해 어음을 할인한 게 실수였다』며 『앞으로 감사가 이뤄지면 정확한 피해액이 집계될 것』이라고 말했다. 속앓이를 하기는 J,Y,S씨 등 지역 사채업계의 큰손들도 마찬가지. 이들은 모두 1백50억원대의 어음을 할인해주고 세무조사 등이 두려워 피해신고는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금지된 재하청, 재재하청을 했던 당진지역 건설 및 운송업체들도 신고를 꺼리고 있다. 현재 파악된 이들 업체수는 57개에 피해액은 3백98억원이나 신고기피를 감안하면 실제 피해 업체와 피해액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보철강덕에 한때 호황을 누렸던 룸살롱 등 고급술집들은 한보관계자들에게 받아야할 외상술값이 만만치 않으나 고액을 신고할 경우 탈세의혹 등이 제기될 것이 두려워 역시 신고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신협 등의 경우 규모가 영세해 한보관련 어음을 현금화할 수 없을 경우 연쇄도산 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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