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씨 『교도소 보내주오』…텅빈집 누우면 「백색유혹」

  • 입력 1996년 11월 24일 01시 40분


『집에 들어가 누워 천장을 보고 있으면 히로뽕 생각이 간절해 도저히 참을 수 없었습니다. 스스로 이같은 충동을 제어할 수 있을 때까지 교도소에서 지내고 싶습니다』 히로뽕 투약 혐의로 검찰이 23일 구속기소한 고 朴正熙(박정희)전대통령의 외아들 志晩(지만)씨는 히로뽕의 마수에서 헤어나지 못한 자책감 때문에 형사처벌을 자청했다. 검찰관계자는 『원한다면 이번에도 형사처벌하지 않고 치료감호소로 보내줄 수 있다』고 치료감호를 제의했으나 지만씨가 『이번에는 반드시 히로뽕을 끊고 싶다』며 구속기소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번이나 치료감호소에 가봤지만 치료감호소를 나오자 마자 히로뽕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며 『이번에야말로 내 인생에서 히로뽕이라는 글자를 완전히 지워버리고 싶다』고 말했다고 검찰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서울구치소가 전직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점을 감안해 제공한 독방도 사양하고 일반인들과 함께 있는 수감실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만씨는 지난 19일 구속직전 담당검사의 변호사 선임 권유에도 『이전에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다시는 히로뽕에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무슨 면목으로 다시 선임하겠느냐』며 사양했다. 세차례에 걸친 히로뽕 전과에도 불구하고 지만씨가 마약에서 손을 떼지 못한 것은 무엇보다도 외로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검찰관계자는 말했다. 일과후 집에 들어오면 아무도 상대할 사람이 없었다는 것. 구속당시 그는 누나는 물론 아무에게도 자신의 구속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었다. 지만씨는 지난 19일 서울지검으로 찾아온 작은 누나 書永(서영·구명 槿暎·근영)씨와의 면담 당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 서영씨는 히로뽕으로 점철된 동생의 인생유전에 할 말을 잃은 듯 눈물만 흘리다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검 강력부 徐永濟(서영제)부장검사는 『히로뽕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는 구속기소가 최선의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河宗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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