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속수감 이양호씨 끝내 묵묵부답

입력 1996-10-26 20:15수정 2009-09-27 14:39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6일 오후 1시15분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1층 로비. 30여명의 보도진이 李養鎬전국방장관 비리사건 관련자들의 구속집행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검찰직원과 함께 李전장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기자의 플래시가 일제히 터졌다. 『국민들에게 한 말씀해 주시죠』 『군 장병에게 하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며칠전까지 70만 대군을 호령하던 전국방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세례에도 입을 굳게 다문채 정면만 응시했다. 이어 지난해 李전장관에게 돈을 건네준 당시 대우중공업 石鎭哲사장(현 대우자동차 폴란드법인사장)이 내려왔다. 취재진과 맞닥뜨리는 순간 石사장의 입가에는 미소라고 할 수 없는 야릇한 표정이 스쳐갔다. 『1억5천만원을 주도록 직접 지시하셨습니까』 돈을 받은 전장관처럼 돈을 건네준 사장도 말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장관을 협박한 UGI사 대표 李南熙씨와 전대표 姜種浩씨가 잠바차림에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사건을 폭로한 무기중개상 權炳浩씨와 짜고 장관의 약점을 잡아 돈을 뜯어내려 했던 李씨와 姜씨는 플래시가 번쩍이자 고개를 떨구었다. 이들은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이 당혹스러운 듯했으나 역시 아무 말이 없었다. 가장 먼저 李전장관이 로비를 나섰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대검청사 앞 게양대에는 李전장관이 군생활과 공직생활 동안 수없이 경례했을 태극기가 가을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그러나 李전장관은 바로 위에 휘날리는 태극기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취재진을 피해 검찰 승용차에 타기 바빴기 때문이었다. 李전장관은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 현관 앞에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 프린스 승용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이어 石사장이 마찬가지로 은색 르망승용차의 뒷좌석 가운데 자리에 탄 채 출발했다. 약점을 잡혀 끌려다닌 전국방장관과 돈으로 이권을 따내려던 대기업 사장, 그리고 이를 미끼로 한건을 올려 보려던 협박범들은 모두 대우차를 타고 허탈하게 구치소로 떠났다. 〈金泓中기자〉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