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평양에서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장을 접견하고 있다. 볼로딘 의장은 북한과 러시아가 주장하는 ‘쿠르스크 해방 1주년’과 관련해 북한의 파병 전사자 추모 기념관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북했다. 사진 출처 주북한 러시아대사관 텔레그램
북한과 러시아가 올해 안에 2027~2031년 5개년 북러 군사 협력 계획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으로 급격히 진전된 군사 협력을 5년 단위의 중장기적인 군사 협력으로 격상했다는 것. 북러는 이른바 ‘쿠르스크 해방 1주년(27일)’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장과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이례적으로 동시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다음 달 9일 러시아 전승절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러 밀착은 다음 달 14, 15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러시아가 우리의 확실한 뒷배”라는 메시지를 미중 양국에 보내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첨단 미사일-해군 군사기술·무기 이전 가능성
26일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벨로우소프 장관은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양국 간 군사 협력 현황 및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벨로우소프 장관은 회담에서 “북한 국방부와 군사 협력을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 기반 위에 놓기로 합의했다”며 “올해 2027~2031년 러시아-북한 군사 협력 계획을 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북러는 2024년 6월 푸틴 대통령의 방북 당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담은 20년 기한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맺었다. 하지만 북-러가 5개년 계획을 통해 중장기적 군사 협력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러 간 군사 협력 5개년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무기 및 기술 이전, 합동 군사훈련 등 전방위적인 협력 사항이 담길 전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사일 방어체계 기술을 이전해주고 공동 미사일 방어 훈련을 한다든지 기술·무기 이전 및 관련된 군사 훈련에 대한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면서 “북한이 최근 해군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해상 연합훈련 등이 추진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핵추진잠수함 등 전략무기 관련 기술 이전이 포함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전날 공식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에 도착한 볼로딘 의장도 김 위원장을 만나 푸틴 대통령의 인사와 축원을 전달하고 쿠르스크 해방에 도움을 준 데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북한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의 조용원 상임위원장이 직접 공항에서 대표단을 영접했다. 대표단은 평양에서 열린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축전을 통해 “친애하는 김정은 동지와 쿠르스크 영토가 침략자들로부터 해방되는 데 기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며 “(기념관은) 양국의 우정과 단결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고위급 인사들의 방북과 북-러 협력 강화는 미국과 중국 등에 상당한 ‘외교 메시지’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 입장에선 러시아와 밀접한 혈맹 관계라는 걸 대내외적으로 선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러시아 인사들의 방북은 이란 전쟁 등으로 국제 정세가 복잡한 상황에서 북-러 협력을 공고히 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 러시아 전승절 계기 金 방러 가능성 대두
북-러 밀착 흐름 속에 다음 달 9일 러시아의 전승절(제2차 세계대전 승전일)을 앞두고 김 위원장의 방러 가능성도 제기된다. 푸틴 대통령은 2024년 방북과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계기로 김 위원장을 만나 러시아로 초청했으나 아직 김 위원장의 답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음 달 14, 15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의 방러가 이뤄질 경우 동북아 정세에도 상당한 여파가 예상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러까지 성사되면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당시 북-중-러 정상의 ‘톈안먼(天安門) 망루 연대’가 한 차례 더 연출될 수도 있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은 “러시아 입장에선 다자주의를 확산하고 결집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중국과 북한 정상의 방러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톈안먼 연대’가 재연된다면 다자주의 연대의 선명성을 강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위원장은 25일 ‘항일 빨치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4주년을 맞아 인민군 서부지구 기계화보병사단관하 연합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박격포 사격 경기를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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