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기밀유출 군무원 판결문 보니
조직도-작전계획-S급 요원 신원 등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 넘겨
軍 정보기관 개편, 계엄에 올스톱
“까마귀(블랙요원) 하나 새로 갔습니다.”
2023년 1월 국군정보사령부 공작팀장으로 근무하던 군무원 A 씨는 ‘럭키 마작’ 게임 음성메시지로 중국 정보기관(국가안전부) 소속으로 추정되는 B 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어 A 씨는 “12월 말 상하이로 들어갔고, 베이징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A 씨 1심 판결문엔 정보사 조직도·임무·작전계획은 물론이고 S급 블랙요원 신원, 재북 협력자, 대북 공작 계획 등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기밀들이 유출된 경위가 상세하게 담겼다.
18일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입수한 A 씨 판결문에 따르면 정보사 예하 부대 작전계획과 정보사 처·실 및 예하 부대 부서장, 소속 부대원 직책별 임무, 정보사 가장(假裝) 회사, 부대별 기획 공작 내용, 창설 예정 내부팀 편제 및 활동 지역 등이 A 씨를 통해 모두 유출됐다. 특히 A 씨는 대북 공작으로 추정되는 ‘해외 주재원의 심리적 동요 및 이탈 유도 작전’ 관련 기밀도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신 공작망이 유출된 상세 정황도 담겼다. A 씨는 지난해 4월 “부대별 운용 공작망 현황을 최신화해 달라”는 부대 간부 요청을 받고 비밀망PC에서 정보사 인가 S급·B급 공작망 등 12명의 인적사항과 첩보 수집 목표, 재북 협력자 현황이 기재된 문건을 유출했다. 이에 정보사는 이 요원들을 귀국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유출한 기밀은 문서 12건, 음성메시지 18건 등 총 30건에 달했다.
A 씨는 2017년 B 씨 등에게 포섭돼 2019년부터 1억6200여만 원을 받고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구속 기소됐고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지난달 21일 A 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2억 원, 추징금 1억6205만 원을 선고했다.
이 사건 이후 국방정보본부는 지난해 12월을 목표로 정보사 ‘해편(解編)’을 포함한 대대적인 군 정보기관 개편에 착수했지만 비상계엄 여파로 개편이 올해 상반기 이후로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정보본부가 지난해 말 마련한 개편안엔 국방정보본부와 합참정보본부를 분리한 뒤 국방정보본부를 사령부로 바꾸고, 예하 부대인 정보사와 777사령부 명칭과 조직 구성을 정보 수집 기능별로 변경하는 방안이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계엄 사태로 이 검토안이 사실상 백지화된 것. 일단 보안 조치 차원에서 정보사 일부 예하 부대들에 대한 소규모 개편 작업만 지난해 마무리됐다. 국방정보본부는 강 의원 질의에 “정보조직 개편안 마련을 위해 2025년 전반기까지 정보본부, 정보사, 777사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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