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가물하다더니…尹 “비상입법기구 쪽지 준적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1일 17시 12분


‘국회 무력화 시도’ 확인할 핵심 쟁점
尹 영장심사땐 기억 불명확하다 진술
헌재선 강력 부인…“언론 보고 알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2025.1.21. 사진공동취재단
“국가비상입법 관련 예산 편성 쪽지를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느냐”(헌법재판소)
“준 적 없다. 계엄 해제 후 한참 있다가 언론을 통해 메모가 나왔다는 걸 봤다”(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이 국회를 대체할 비상입법기구 설치를 준비했는지 여부가 또 다시 윤 대통령 재판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비상입법기구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서 당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관련 내용을 담은 쪽지를 건넸는지에 대한 진실 공방이 이어지며 최근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는 (국가비상입법 관련 예산 편성 쪽지를)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후에 언론에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걸 기사에서 봤다”며 “기사 내용은 부정확하고 그러면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밖에 없는데 국방부 장관이 그때 구속이 돼 있어서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내용을 보면 내용 자체가 서로 모순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하여튼 뭐 그 부분에 대해선 그렇다. 자세하게 물어보시면 아는 대로 답변하겠다”고 덧붙였다.

헌재가 서울서부지법에 이어 또 다시 비상입법기구 관련 질문에 나선 것은 윤 대통령이 실제로 국회의 입법 기능을 무력화시켜고 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19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기 직전 서울서부지법 재판부도 이 부분을 확인했다. 당시 재판부는 “비상입법기구가 무엇이고, 실제로 창설할 의도가 있었는가”라며 직접 심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이 쓴 것인지 내가 쓴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며 “비상입법기구를 제대로 할 생각은 없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비상입법기구 설치 계획을 인정하는 듯한 윤 대통령의 답변이 구속 사유 중 하나였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를 의식한듯 윤 대통령도 헌재의 질의에 “비상입법기구 관련 쪽지를 건넨 적 없다”며 적극적으로 항변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이 직접 쪽지 작성자로 지목한 김 전 장관 측도 20일 “메모 작성자는 김용현 전 장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은 “비상입법기구는 헌법 제76조 제1항 긴급재정입법권 수행을 위해 기재부 내 준비조직 구성과 예산 확보를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국회 대체와는 전혀 무관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검찰은 윤 대통령의 비상입법기구 창설 시도가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려는 목적이 담긴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헌법 제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에 근거하지 않은 별개의 입법기구를 만들려 한 행위 자체가 내란죄의 구성 요건인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예산 편성 쪽지#비상입법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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