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법으로 안되니 칼로 죽이려해”… 한동훈 “이 정도면 망상”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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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표, 피습 보름만에 국회 복귀
최고위서 원고에 없던 ‘野 탄압’ 언급
“이낙연-의원들 탈당 안타까워”
탈당 이원욱 “전화라도 한번 해봤나”

피습 보름 만에 당무에 복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1.17. 뉴시스
피습 보름 만에 당무에 복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1.17. 뉴시스
“법으로도 죽여 보고, 펜으로도 죽여 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습니다.”

피습 사건 보름 만인 17일 국회에 복귀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첫 일성부터 이같이 말하며 정부·여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 대표는 ‘전쟁 위기론’도 거듭 언급하며 “이번 총선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권력에 대한 심판 선거”라고도 했다. 이낙연 전 대표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탈당 및 창당으로 야권 분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며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칼로 죽이려 한다”는 발언에 “정권 심판론과 분열을 조장하는 변함없는 모습에 무척이나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그 정도면 망상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 최고위 발언 대부분 정부·여당 직격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윤석열 정권의 2년간 행태나 성과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를 쏟아냈다. 이 대표는 약 8분 분량의 최고위 발언 대부분을 정부 여당을 향한 비판에 할애했다. 애초 원고 초안에는 당내 통합을 촉구하는 메시지 비중도 많았는데 이 대표가 현장에서 즉석으로 정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면서 시간상 화합 관련 메시지 대부분이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특히 최근 안보 위기를 고리로 정부 무능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이 대표는 “전쟁이 당장 내일 시작돼도 이상할 게 없다”며 “(윤 대통령) 말 한마디로 전쟁의 참화가 시작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가 동북아의 화약고가 되는 것 아니냐, 한반도의 전쟁을 걱정하기 시작했다”며 “이런 분위기가 국민 삶을, 또 대한민국의 미래를 얼마나 위험하게 만드는지를 정부 여당은 모르는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가 발언 막바지에 “법,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한다”고 언급한 것도 원고에 없었던 현장 즉석 발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현 정권의 검찰 장악, 언론 길들이기를 통한 야당 탄압을 비판한 것”이라며 “이 대표가 복귀 첫 일성부터 정부와 각을 세운 건 총선 모드가 본격화한 가운데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이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피의자 김모 씨의 실명과 얼굴을 직접 공개하며 ‘배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 최고위원은 “(김 씨가 과거 온라인에 쓴 글을 보니) 윤석열 추종자인 것 같다. 경찰은 왜 신상을 공개 못 했느냐, 윗선에 누가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은 이 대표의 ‘칼로 죽이려 한다’는 발언에 대해 “지나친 음모론”이라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누가 죽이려 한다는 건가”라며 “저냐, 국민의힘이냐, 아니면 국민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냥 굉장히 이상한 사람이 나쁜 범죄를 저지른 것뿐 아니냐”며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걸 정치적으로 무리하게 해석하는 건 평소 이 대표다운 모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탈당 안타까워… 단일대오가 우리 책임”
이 대표는 최고위 회의 이후 열린 당 인재영입식에서 처음으로 최근 이어진 탈당 이슈를 언급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이낙연 전 총리께서 당을 떠났고 몇 의원들도 떠났다. 통합과 단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참으로 안타깝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한 대오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 소명”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칙과 상식’ 소속으로 민주당을 탈당하고 ‘미래대연합’ 창당을 준비 중인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님, 복귀하시고 일성이 또 증오와 거짓말로 시작하시네요”라며 “원칙과 상식 의원들에게 전화 한 번이라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라고 썼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이재명#더불어민주당#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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